태양을 향해 그물을 던지다.
누가 주인공으로 보이나?
주인공이란 게 시발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보이는 주인공이 답이다.
사각형의 틀에 붉은 태양이 포획되었다.
태양은 바위를 낳았고...
38mm 각재 자투리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딘가에 사용되고 남았던 각재가 눈에 뜨인다.
정리를 하고 싶은데 버릴 수는 없고 뭐라도 만들자는 생각에서.
프레임을 만들면 자투리 없이 간단히 작업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 각도 절단기에 갖다 댄다.
프레임은 45도 각도만 맞추면 어려운 건 없다.
네 개의 사이즈만 맞추어 잘라서 접착하면 된다.
주인공이 들어설 차례다.
모아 두었던 고목 조각을 배치해보고 배경을 상상한다.
생각이 많아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빨간색 아크릴 물감을 속도감 있고 두툼하게 펴 바른다. 주춤거림은 고스란히 흔들린 자국으로 남는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손이 가는 대로 또는 마음에 드는 느낌으로 완성한다.
붉은 배경은 검은색의 거미줄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인다.
한동안 거미줄은 작품 속에 랜드마크처럼 불쑥불쑥 나타나게 될 것이다.
관계 지어지는 사물들이 거부하지 않는 이상.
고목과 프레임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괴리감을 일치시키기 위해 프레임을 철 브러시로 갈아냈다. 강제로 입힌 시간이었지만 나쁘지 않다.
프레임과 붉은 배경, 검은색 거미줄과 고목 조각 두 개가 제자리를 찾아 고정되었다.
별생각 없이 적어 내려간 일기처럼 가볍고 솔직하다.
자연스러운 조합의 작업이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