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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jury time Oct 08. 2023

단편소설/장님 고양이 8.

이별을 놓치는 순간

그리고, 달빛 그림자가 그들의 깊숙한 곳으로까지 드리워지던 어느 날, 믿어지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대부분 사람들은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 거라는 걸 어렴풋이 안다. 알면서 모른 척 계속 직진하기도 하고, 슬쩍 핑계를 대고 물러나기도 한다. 모두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예측을 하고 준비를 한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은 그와 그녀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고, 믿어지지 않는, 준비도 안 된 채, 어두운 실현과 맞닥뜨렸다. 그들에게 너무나 무섭고 갑작스러운 일이 일이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힘든 종서는 점점 지쳐가고 있을 때였다.


아인은 제주시 우도 마을 담장에 돌하르방 캐릭터를 그리고 오더니, 이번에는  대학축제를 도와준다고 길바닥에서 작업만 일주일째 하고는 퀭한 눈으로 종서의 원룸으로 돌아왔다.


그날, 둘은 저녁을 먹다가 거칠게 말다툼을 했다. 오래된 상처는 문득문득 그녀를 바람 빠진 풍선으로 만들어 쭈그러뜨렸다. 그날 밤. 부풀지 않은 종서를 뒤로 한 채 아인은 현기증이 난다며 등을 돌려 누워버렸다. 종서는 조용히 잡동사니만 쌓여있는 쪽방에 가서 고양이처럼 숨어 있었다.


그날, 밤새 그는 종서를 찾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나가보지 않았다.  그날, 밤새 그가 애타게 종서를 불렀으나 그녀는 아인에게 가지 않았다.


"전종서, 종서야, 종서야, 잠깐 이리로 좀 와봐. 전종서!"


종서는 아인의 썩은 목소리를 듣고도 귀를 틀어막고 나가지 않았다. 이불속에서 종서는 수천 번 이별을 연습했다. 그날 헤어졌어야 했다. 헤어져야 할 이유는 차고 넘쳤었다. 그날 그 밤은 종서에게 또 한 번의 이별을 놓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날.... 나갔어야 했을까.               


다음날, 침대에 누워있는 그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온몸이 식은땀에 젖어있고 열꽃으로 얼굴이 뜨거워 보였다.


"집에 가서 어머니랑 같이 있는 게 좋겠어. 어머니한테 빨리 전화해 봐"

그가 전화기를 들었는데 눈앞이 흐리다며 종서에게 전화기를 건네며 눌러달라고 했다.

“눈이 왜 안 보인다고 그래?”

“눈앞에 검은 점이 바글바글 가득 해.”

“무슨 소리야! 눈 좀 제대로 떠봐.”

아인은 점점 의식을 잃어갔고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옮겨졌다.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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