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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Apr 18. 2024

다시 기회의 문이 열렸다. 남은 건 선택뿐이다.

매일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레 글쓰기를 시작하는 게 습관이 돼버렸다. 마찬가지로 목요일마다 ‘카페 라이팅’ 연재를 시작하니 어찌어찌 카페에 가게 된다. 여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이 늦은 시간에 숙소 앞에 있는 카페에 앉아 일단 쓴다. 물론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이와 함께라 집중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어쩌면, 아직 결정한 건 아니지만 잘하면 카페로 출근하던 일상에서 공유 오피스로 출근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제 한 가지 재미난 제안을 받았다. 무조건 성과를 내기 위한 모임. 룰은 간단하다. 매주 성과를 위한 계획 및 이행 보고를 해야 하며, 성과를 내지 못하면 누구라도 모임에서 떠나야만 한다. 그 외에도 몇 가지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성과로 답을 해야만 한다.


“와우!”


제안을 받자마자 내뱉은 첫마디였다. 솔직히 너무 시기적절한 제안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겐 가장 필요한 환경이기도 하다. 근데 왜 바로 답을 하지 못했을까? 어딘가 꾸물거리는 불편한 마음은 뭐지?


킨드라 홀의 책 <인생의 무기가 되는 히든 스토리>에 보면 누구나 내면에 잠재되어 있어 평소에는 잘 인식하지 못하는 히든 스토리를 가지고 살아간다고 한다. 진취적인 선택을 하는 것도 매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숨어 버리는 것도 결국 히든 스토리 때문이라고.


평소에 잘 느껴지지 않는 내면의 이야기가 포착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감정적인 반응이다. 불편한 마음. 순간 내가 느꼈던 그 마음이 히든 스토리가 작동하는 순간이었다.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해 본 감정이라 그게 무엇인지는 잘 안다. 그리고 왜 올라왔는지도. 그럼에도 주저하는 건 좌절의 감정이 선명한 흉터처럼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미 아물었지만 어쨌든 눈에 보이는 흉터로 인해 자꾸 그 순간의 감정이 재생되듯, 한 발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릴 때마다 문 앞에서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머뭇거리기를 반복한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맞다. 아니, 무조건 나아가야만 한다. 나의 발전을 떠나 오랜 시간 고착된 상황에서 벗어나야만 할 때라는 걸 최근 겪고 있는 정체기를 통해 분명히 깨달았다. 그럼에도 일단 즉답을 보류한 건 내면의 나에게 움직일 시간을 주고 싶기 때문이었다.


마침 여행 중이니 차분히 생각하기에도 좋은 환경이다. 가려지는 것 없이 사방으로 트인 제주의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을 정리해 본다. 좌절의 경험보다 작은 무엇이라도 성취감을 맛본 순간을 떠올리며 그때의 나를 복기해 본다.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모래 알갱이 같은 것일지라도 일단 끄집어 내본다.


'과연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나면 앞으로 날들이 어떻게 변할까?'

'성과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스트레스를 잘 견뎌낼 수 있을까?'

'나에겐 어떤 재료들이 있을까?'


그냥 해보자. 던져보면 답을 낼 수 있겠지. 모래 속에 숨겨진 보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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