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팬티 적응기: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by 알레

이번주에 아이는 갑자기 팬티를 입기 시작했다. 그렇게 입어보라고 할 땐 극구 안 입겠다고, 기저귀가 편하다고 하더니 정말 '뜬금없다'는 표현처럼 아이는 인생 전환기를 맞이했다.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혹여라도 가리지 못해 수치심을 느끼면 어떡하지?' 걱정이 앞섰지만 아이는 마치 우리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건가 싶을 정도로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 어제까지만 해도 그런 줄 알았다.


금요일 밤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어린이집 하원 후 놀이터에서 놀다가 팬티에 쉬를 한 게 마음에 불편한 감정으로 남았는지, 아니면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건지 집에 돌아와서 다시 기저귀를 입겠다고 팬티 보이콧 운동을 시작했다. '하아, 어쩌지?' 어린이집에서 상담할 때 선생님이 팬티 적응기 동안 절대 다시 기저귀를 입히지 말라고 했는데. 기저귀로의 회귀 본능이 강하게 일어나는 듯했다.


주말이 시작되었다. 문화센터도 가야 하고, 하필 오늘은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 뮤지컬을 보러 가기로 했다. '어쩌지?' '집에서 약 1시간은 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그 사이 잘 버틸 수 있을까?'


아침 내내 아이는 시위라도 하듯 늘어져있었다. '기저귀!'만을 고집하며 어떤 말로 설득해도 통하지 않았다.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아니, 다이어트하는 사람들도 치팅데이라고 하루는 자신에게 보상을 해주는데 아이도 주말 하루는 기저귀를 입혀도 되지 않을까?'싶다가 도, '어떻게든 꼬셔서 다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게 맞지 않을까?'싶기도 하고.


기저귀를 떼는 건 아이에게도 우리에게도 모두 처음이라 모든 상황이 낯설다. 마음이야 아이에게 최대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육아 선배들의 말처럼 결국 아이가 스스로 해낼 때까지 그냥저냥 맘 내려놓기 기다리지도 못하겠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대체 왜 다시 기저귀를 하고 싶은 걸까' 궁금해서 물어봐도 오전 내내 답을 피하던 아이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팬티에 쉬하면 축축하잖아." 그랬다. 아이는 그 기분이 싫었던 것이다. 어쩌면 하필 화장실이 없던 놀이터에서 쉬를 해서 바로 옆의 성당까지 걸어가 옷을 갈아입어야 했던 그 상황이 민망했던지도 모르겠다.


"아들, 지금 아들은 새로운 것에 적응해 나가는 중이라서 실수할 수 있어." "아빠한테 좋은 생각이 있는데 한 번 들어 볼래?" 아이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바지에 쉬를 하지 않는 방법은, 어디로 이동하기 전에 화장실에 가서 먼저 쉬를 하면 돼. 아빠도 다른 집(아이는 여행 가는 걸 다른 집에 가는 걸로 표현한다)에 가기 전엔 항상 먼저 화장실에 갔다 오잖아. 한 번 그렇게 해볼까?" 아이는 조금은 납득이 되었나 보다. 다시 장난스러운 표정이 올라온다. 이윽고 아이는 제가 고른 팬티를 입고 함께 문화센터에 갔다.


문화센터에 도착해서 혹시나 싶어 화장실에 가보겠냐고 물어봤지만 아이는 괜찮다고 했다. 우려는 됐지만 그냥 수업에 들어갔다. 다행히 아무 일 없이 마치고 나왔다. 이제는 뮤지컬을 보러 가야 한다. 이번엔 어떻게든 화장실을 먼저 가야만 하는데.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안 간다고 한다. '어쩌지?' 더 지체할 시간이 없어서 그냥 출발했다. '어떻게 되겠지 뭐.'


달리는 차 안에서 '겨우 첫 번째 위기를 넘겼다!'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서둘러 가고 있었는데, 아뿔싸! 우리가 간과했던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아이가 계속 배가 아프다고 한다. '이런.' 아직 변기에서 응가를 본 적이 없는 아이는 팬티를 입고 있는 게 매우 불안했나 보다. 어제저녁부터 배가 아프다는 말을 계속했는데, 생각해 보니 어제도 변을 보지 않았다.


"배 아프면 그냥 집으로 갈까?" 물어보면 "싫어, 뮤지컬 보러 갈 거야!"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계속 배 아프다고 칭얼댄다. 결국 차 안에서 기저귀로 갈아입혔다. 이제야 조금은 편안해 보인다. 그리고 지금 아이는 신나게 뮤지컬을 보고 있다.


우리 아이 팬티 적응기, 첫 번째 위기는 결국 타협으로 마무리되었지만 계속 불편해서 힘들어하는 것보다야 그냥 좀 더뎌도 천천히 적응해 나가면 되지 않을까? 최대한 아이의 마음을 살피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고 싶었지만 아이에겐 지금의 낯선 상황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았나 보다.


아무래도 이번 주말은 그냥 마음 편히 보내야겠다. 뭐, 때 되면 다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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