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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l 15. 2024

잘하는 게 없다는 사람들 보세요

나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가?


이미 같은 질문에 답을 여러 번 해봤더라도 이 질문만큼은 살아가면서 반복적으로 던져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잘하는가'에 대해 생각보다 쉽게 답하기가 어렵다고 느꼈다. 그 이유는 '잘하는 것'의 기준이 지나치게 높거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본 경험이 많지 않아서였다. 


삶이 참 야박하게 느껴지는 건 실수한 경험은 늘 짙게 남아 있는 반면 잘 해낸 기억은 흐릿하기만 하다는 것이었다. 그 탓에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이 질문을 반복하고 답을 곱씹어 자신을 세뇌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셀프 가스라이팅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잘하는 게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믿기는 하는데 어떤 날엔 내가 그걸 진짜 잘하는 것 같다가도 또 다른 날엔 내가 그걸 잘하는 게 맞는지 한없이 의심하기를 반복한다. 무엇 때문일까 생각해 보면 결국 이 둘의 경계선엔 비교의식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다. 


타인과의 비교 또는 과거의 나와의 비교. 대상이 무엇이든 비교는 끊임없이 의심을 키운다. 그래서 점점 확신을 가리며 의심의 그늘을 드리운다.


내가 주변에서 자주 들었던 말이 '왜 맨날 본인만 몰라?'였다. 돌아보니 나에게는 줄곧 비교 대상이 있었다. 물론 언제나 그 대상은 객관적인 전력이 나보다 앞서는 사람처럼 보였다. 요즘은 특히 소셜 미디어 공간에서 숫자가 권위를 갖는 시대인 만큼 일단 나보다 숫자가 큰 사람들은 다 나아 보였던 게 사실이다.


스스로 숫자를 기준을 줄 세우기를 하던 것에서 한 발 멀어지니 이제야 확실히 말할 수 있는 나의 강점은 '공감과 반응'이다


솔직히 주변의 말을 계속 들어도 잘 와닿지 않았던 이유는 '공감과 반응'은 누구나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게 굳이 잘하는 것의 영역에 있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20개월가량 글쓰기 모임을 운영해 보면서 나에게 공감과 반응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잘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그나마 찾고 찾아 꺼내놓은 리스트 중에도 기준이 모호하다 여겨지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모호하게 바라보면 진짜 모호해진다는 게 내가 배운 것이다. 설령 남들이 '그게 뭐가 잘하는 거야?'라고 말할지라도 내가 나에게 '잘하는 것'으로 인정해 주면 그건 진짜 잘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반대로 누가 봐도 잘하는 건데 내가 나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그건 끝내 잘하는 것 리스트에 오르지 못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잘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면 먼저 나의 기준을 점검해 보자. 그다음엔 어떤 대상과 비교하고 있는지도 확인해 보자. 진짜 잘하는 게 맞는지 주변에 물어보자. 적어도 10명 정도에게 긍정의 피드백을 받으면 그냥 인정해 주자. 당신 그거 잘하는 거 맞다. 마지막으로는 셀프 가스라이팅을 시작하자. 


아이들을 보면 '잘한다 잘한다'하면 진짜 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 자신을 아이처럼 대해보자. 생각보다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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