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내리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시가 내게로 왔다, 김용택> 중에서
어릴 적 저녁을 먹은 뒤 내가 집 거실에 있는 피아노를 칠 때면 설거지를 끝내신 엄마가 어느새 등뒤로 다가오셔서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시곤 하셨다. 이 시를 읽으며 나는 우리가 함께 즐겨 부르던 영국 민요 <등대지기>가 떠올랐다.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비추며
한 겨울의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이 시를 읽고 또 읽으며 나는 과연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지금껏 눈처럼 철없이 나만 생각하며 살아온 많은 날들이 떠오르며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그런 나를 말없이 묵묵히 온몸과 마음으로 받아주었던 이들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제는 내가 겨울 강이 되어 그들도 한 번쯤은 눈송이들처럼 아무 걱정 없이 그저 마음 편히 내려오는 즐거움과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마치 내가 그랬듯이. 겨울 강과 등대지기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나도 닮아볼 수 있는 하루하루를 만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