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나 자신을 다시 사랑하게 해 준 식탁

아홉 번의 식탁, 그리고 나의 작은 회복에 대한 기록

by Eunipse Publishing

한때, 식탁 앞에 앉는 일조차 버겁게 느껴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도, 아니 그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알 수 없던 날들.

텅 빈 식탁은 마치 제 마음의 풍경 같았습니다—방향을 잃고, 의미 없이 흩어져 있던.


그런 제가 다시 식탁을 차리기 시작한 건, ‘브레인푸드 키친’이라는 이름을 붙인 순간부터였습니다.

연어 스테이크로 시작해 강황 수프, 호두 샐러드, 아보카도 토스트, 고등어구이, 녹두죽에 이르기까지—

아홉 번의 식탁을 준비하며 저는 다시 웃고

밝아지면서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뇌에 좋은 음식’을 먹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재료를 고르고, 다듬고, 나를 위한 상을 정성껏 차려내는 그 모든 행위는

‘흩어진 나’를 다시 발견하고 조립해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조급한 질문 대신

‘오늘은 무엇을 먹으며 나를 돌볼까’를 묻는 연습이 되었습니다


의지가 바닥났던 날들에도 저를 일으켜 세운 것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조용한 루틴이었습니다.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 일기장에 적는 문장 하나,

그리고 오롯이 나를 위한 한 끼를 준비하는 그 손길들.

이 작은 반복들이 쌓여 제 삶에 고요한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렇게 나의 식탁은 더 이상 공허한 자리가 아니라,

내 마음과 몸을 지켜주는 가장 단단한 성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식탁이, 나 자신을 다시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이제, <Eunipse의 브레인푸드 키친>은 여름 방학에 들어갑니다.

함께 이 여정을 걸어와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글을 올리자마자 눌러주시는 라이킷과

댓글 하나하나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땅에도 수확을 위한 휴식이 필요하듯,

저 역시 다음 여정을 위한 건강한 쉼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30가지를 채우기 위해 조급해지기보다는,

제 회복의 속도에 맞춰 한 걸음씩 나아가고자 합니다.


여름 동안 저는 읽고, 쉬고, 또 천천히 새로운 영감을 모으겠습니다.

그리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즈음,

더 깊어진 이야기와 더 풍성해진 레시피로

<브레인푸드 키친 2부>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날까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의 식탁 위에도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따뜻한 온기가 머물기를,

진심을 담아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가을에 다시 뵙겠습니다


keyword
이전 12화브레인푸드 30: 9. 녹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