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꽃마리
꽃마리는 꽃보다 먼저 잎이 떨린다.
흔들리지 않고서는 한순간도 버티지 못한다.
작은 꽃의 숙명은 흔들림이다.
주름잎 꽃도 봄맞이꽃도 곁에서 꽃몸을 흔든다.
풀들의 요동이 풀밭을 가로질러
넓게 퍼져와서 바짓단에 닿는다.
다리에 전해지는 진동이 상단전까지 이른다.
백회혈이 열린다. 내 몸의 개화다.
꽃마리가 일으킨 작은 파동이
내부순환만 반복하던 기운의 휴면을 깨운다.
나는 봄을 풀꽃의 흔들림에서 맞이하는 편이다.
시문학과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들어왔다. 에세이시집 #나는편식주의자입니다 외 17권의 책을 냈다. 생을 허투루 소비하지 않기 위해 뜨겁게 달려온 흔적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