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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레이첼 Oct 09. 2024

알잘딱깔센 꼰대의 쓸모

영화 <인턴>

[해당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으니 원치 않으신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알잘딱깔센은 어디든 통한다


알잘딱깔센(알아서 깔끔하고 센스있게)으로 일하는 타입은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확률이 높다. 알바든, 팀장이든, 회사든, 사모임이든 모두에게 곤란한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해 주는 믿음직한 해결사이기 때문이다.


이런 알잘딱깔센들은 개인적인 기질도 있겠지만 보통 자신이 쌓아온 경험과 시간을 통해 본인이 어떻게 행동해야 모두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내는지 알고 있다. 그 지혜롭고 배려있는 센스가 삶 속에 자연스레 녹아져 있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매력과 존경심을 느끼게 된다.


반드시 나이가 많다고 지혜로우며 나이가 적다고 어리석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경험과 시간을 쌓아온 사람일수록 올바른 연륜의 힘을 가진 능력자일 확률이 높다.



# 사회초년생에서 어느새 꼰대의 길로


40대를 바라보는 지금. 20대였던 나의 인턴, 사회초년생 시절을 돌아보면 참 어렸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는 대학을 졸업해 사회생활에 발을 담근 어엿한 어른이라고 여겼을지 모르지만 그때도 아직은 미성숙한 젊은이였다. 알잘딱깔센의 정석처럼 일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오히려 지금의 내가 20대 때와 같은 상황을 마주한다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고 처리했을 것 같다는 상상도 해본다. 게다가 나도 모르게 '그래도 라떼는~'이라는 말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걸 보니 어쩔 수 없는 꼰대의 길로 들어선 듯싶다.


실제로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지인들과 친구들을 보면 대개 팀장급을 넘어 부장급의 임무를 맡고 있다. 신입 시절 나에게 팀장님과 부장님은 엄청난 내공을 가지신 높은 분들이었는데 지금의 내 나이대가 그만큼이 되었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 걸 몸소 느낀다.



# 친해지고 싶은 70세가 가능한가


영화 <인턴>은 2015년작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봐도 여전히 따뜻하고 세련된 작품이다.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는 인턴답지 않은 시니어 인턴 '벤'이라는 캐릭터다.


그는 자기만의 색깔과 원칙이 있지만 남에게 강요하지 않고 상대방이 누구든지 부드럽게 녹아든다. 해결할 수 있는 상황들을 눈썰미 있게 파악하고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현명하게 해결한다. 그야말로 몇 수 앞을 보고 생각해서 행동하는 사람이다.


모두가 싫어하고 미루던 폭탄급 책상 정리도 솔선수범해서 처리한다. 술을 마신 운전기사에게 조용히 스스로 휴가를 갖게 말하도록 부드럽지만 강하게 푸시한다. 정말 구구절절 그야말로 선을 넘지 않는 알잘딱깔센 그 자체였다.


게다가 보통의 70대라면 이미 본인이 살아온 세월 패턴과 방식이 굳어져 더 이상 바꾸려 하지 않는데 '벤'은 페이스북도 새로 가입해 보고, 20대 동료들이 일하는 직장에서 같은 책상을 쓰며 서로 주먹 하이파이브로 인사한다. 모두가 좋아하는 폭풍 인싸로 자리매김할 수 밖에 없다.


나이 서열을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라 미국 스타일 영화상의 설정이겠거니 싶지만 그래도 작품 속 '벤'은 낯가림이 심한 나 조차도 먼저 말을 걸고 친해지고 싶을 만큼 멋지다.




# 초고령 사회에서 살아남기


점차 나이가 먹는다는 걸 냉정히 바라보자면 결국 죽어가고 있다는 말과 같다. 흔히 말하는 '고령화 사회'는 이제부터 늙어가기 시작하는 사회를 말하지만, 지금의 사회적 추세를 보면 이제 고령화 사회를 넘어 이미 충분히 늙은 '고령사회', 나아가 '초고령 사회'까지 생각해야 할 지경이다.


이후 늙어갈수록 혹은 죽어갈수록 나의 젊음과 힘을 잃어 차차 쓸모없어지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별안간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올 수 있다. 솔직히 이 초고령 사회 속에서 알잘딱깔센의 '벤'처럼 센스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라 느껴진다.


하지만 어떤 사회, 어떤 나이, 어떤 위치라도 늘 뛰어난 메타인지로 자신을 잘 알고 주위를 배려해서 행동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훌륭한 쓰임을 가진 인재로 본인의 쓸모를 다할 수 있다.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녹슬어 없어지기보다 닳아 없어지기를 바란다> 같은 문장들을 떠올리면 흘러가는 인생에 대해 다시 묵상하게 된다. 단순히 늙어감에 주눅 들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성숙하게 성장하며 아름다운 끝맺음 맺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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