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의 시작에서.
안녕하십니까?
안부를 묻습니다. 그대가 안녕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요. 안부를 묻는 일은 늘 이렇습니다. 꼭 상대방이 괜찮았으면 좋겠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괜찮치 않으면 또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저는 오늘도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
밥은 먹었나요?
밥 먹었냐는 질문이 따뜻한 관심의 말인지 이제야 종종 깨닫곤 합니다. 어렸을 때 어른들이 왜 그렇게 밥을 먹었느냐고 물었는지 그 관심과 따뜻함을 이제야서야 세미하게 깨닫습니다. 하지만 또 먹지 않으면 어떻겠습니까. 다 괜찮습니다.
장마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하늘이 먹색이고 비는 추적추적 오다가도 하늘이 구멍 난 것처럼 오다가도 부슬부슬 오다가도 합니다. 오락가락한 게 꼭 누군가의 마음처럼요.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걷다가 뛰다가 자전거를 타기도 합니다. 좁은 기숙사 체력단련실에서 혼자 뛰는 일이 만만치는 않지만 장마가 끝날 때 즈음에는 이 운동 시간이 익숙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성취감이 찾아올 때면 잠도 잘 찾아옵니다. 하루 속에서 내가 무엇인가를 해냈다는 생각은 잠을 잘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처럼 마음이 편안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에는 그렇게 죄책감에 시달리며 잠을 잘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잠을 잘 수 있는 자격은 누구에게나 있는 건데 말입니다. 왜 저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을까요.
당신은 오늘도 잘 자고 잘 버티고 잘 살아내고 있음을 잠잠하게나마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안부를 묻고 싶어서 장마를 핑계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가끔씩 이렇게 안부를 묻겠습니다. 그런 날엔 꼭 잠이 잘 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