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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준 Dec 23. 2023

그 후의 그녀와 나

그녀와의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다.

브런치 글을 발행하기 전 저장해 둔 글이 많이 있다.

그때그때의 감정으로 썼다가 열 번도 넘게 퇴고하고 또 퇴고해도 수정할 것이 많다.

내 일기가 아닌 독자들에게 읽히는 글이라 오해가 없어야 하고 배경이 설명되어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브런치 글 발행으로 제일 덕을 본 건, 바로 나다.


보다 객관적이어야 했고, 상식적으로 생각해야만 했기에,


그녀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고, 나의 반응과 그 반응이 나오게 된 나의 심리 또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결론 낼 때(물론 지금도 혼자서 결론을 내고 있다)보다 조금 더 그녀를 알게 되었다.


다행인 건, 그녀와의 에피소드를 작성할 때와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이전의 나의 판단과 생각이 너무 후회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고, 만약 내가 이 연재를 통해 크게 바뀌었다면 그녀에게 너무 미안했었을라는 생각에 다행이다.



내가 부부관계에 있어 바이블 같이 생각하는 션 형님의 말이 또 떠오른다. (정말 그분은 존경스럽다)

어느 결혼식에 가서 했던 말을 짤로 봤다.


한 사람과 또 다른 한 사람이 만나는 건
보석과 보석이 만나는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지만,
저는 원석과 원석이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원석이 부딪히고 닳아
보석으로 가는 과정은 괴롭지만,
결국에는 보석이 되기 위한 과정이에요.
그 다듬어 가는 과정이
정말 힘든 것은 맞으나,
하루하루 어느 정도 힘들고 나면
조금 더 보석이 되고 있으니
기쁘게 하루를, 순간을 보낼 수 있어요.



그런데, 이 말을 그녀에게 한다고 생각하니, 그녀의 반응이 예상된다.


"왜 보석이 되어야 한담?"


그래, 그게 그녀다.

내가 션의 말을 바이블로 여긴다면, 내가 선택해서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 거다. 나는 이 순간에도 션의 생각을 그녀에게 적용하고 더 나아가 강요하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제도 그녀와 언쟁(레벨 3 정도. 레벨 1이 약한 쪽, 레벨 10이 극대노)을 했다. 어제도 나는 나를 설명시키기 노력했다.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잡히지 않고 대화는 한 곳으로 수렴하지 않고 흩어진다.




어차피 나는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없다.


최수종과 션의 마음도 바다 같다고 생각하지 않고, 마하트마 간디 선생님이라고 해도 인간이기에 신선처럼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인간 관계에 있어 지혜로운 방법을 깨닫고 그 방법대로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제의 언쟁에서 알맹이라고 그토록 고집했던 나의 모든 말 중에,

지금 남는 것은 없다.


생각나는 것이 없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하나 남는다.


"많은 부부들이 이렇게 언쟁하고 살지 않아?"


고맙다. 나는 착한 사람이고 그녀는 나쁜 사람이라고 규정했던 나의 한없는 옹졸함이 부끄럽다.


그녀에겐 언쟁조차 삶의 일부인 것이다.


드라마틱하게 나와 그녀가 단시간 내에 발전하고 개선될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 괜찮은 사람이다.

아주 별로인 부분도 두세 가지 갖고 있다.


그저 알면 된다 그걸.


감정의 소용돌이와 불꽃에 휩싸이지 않으면 된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고,

잘못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자체가 귀하다.




망한 세상을 걷는 그녀.


그녀를 사랑한다.



그동안 큰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이어서 군인 갤러리로 가끔 제 군생활 이야기 들려드리겠습니다.


https://brunch.co.kr/@magnet/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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