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소개합니다.
나만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소아과 선생님들이, 아니 많은 의사선생님들이 공감하실겁니다.
저는 사실 종교적인 이유로 의과대학에 들어갔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을 돕겠다고요.
하지만 여러가지 상황에 의해 아직도 그 일은 시작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소아과를 선택했습니다.
아이들을 좋아해서 소아과를 선택했느냐는 질문을 듣습니다.
저는 하나 있는 제 아이와도 잘 놀아주지 못하는 서툰 엄마였습니다. 아이를 낳은지 얼마 안되었을 때는 애를 보는 것보다는 일하는게 좋겠다며 100일도 안된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나와버린 용기 없는 엄마였고요. 전공의를 마치고 나니 아이는 이미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어버렸더라고요.
아이를 좋아하여 소아과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은 소아과에서 견디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울고, 힘들어 하는 곳이니까요.
아이가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나는 동안 발달, 성장을 점검하거나, 예방접종을 위해 오기도하고요, 가끔 찾아오는 감기나 장염같은 감염성 질환으로 병원을 찾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엔 좀 더 긴 기간동안 병원에 머물러야하거나,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경우에서 만나게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저는 전공의기간동안 많은 천사들을 만났고, 그 친구들은 먼저 하느님 곁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 명 한 명 천사들을 떠나보내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입니다. 익숙해지기 힘든 일이지요. 그러니 아이들을 좋아한다고 이일을 선택해서도 안되겠지만,
이 일을 시작하고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저를 자라게 해주었고, 성숙하게 해주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저에게 믿음을 주었고, 사랑을 주었으며, 생명력으로 회복하여주었고, 그 기쁨을 저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작은 손가락으로 저에게 하이파이브를 해주고,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작은 아이들의 아름다움은 모든 사람 속에 있는 아름다움을 살피게 해주었습니다. 마침내 그 사랑의 빛들은 보잘것 없는 나라는 존재도 사랑 받을만한 존재일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