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성장하는 중입니다.
오늘 아침
아이가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잠에서 깼다.
낮잠도 자지 않는 아이와 긴긴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이와 놀다가 틈틈이 밥을 챙기고 집안일을 하며 오전 시간을 보냈지만,
아이와 함께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탓에 피곤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집에서 내려 먹어도 그만이지만,
오늘은 왜인지 남이 내려주는 달달한 커피 한잔이 너무나 그리웠다.
그래서 아이에게 마트에 가자고 제안을 했다.
산책 겸 마트 나들이를 다녀오며 시간도 보내고, 커피도 한잔 테이크아웃 해올 심산이었다.
집안에만 있는 것이 심심했던지
아이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얼른 나갈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현관에서 신발을 신다 말고 일어난 일
마트는 집에서 걸어서 약 10분 거리
평소에는 걸어서도 잘 다니고, 유모차나 킥보드를 타고 자주 가는 곳이다.
그런데 별안간 아이가 마트에 차를 타고 가겠다고 한다.
차를 타고 가도 상관은 없지만,
딱히 장을 볼 것도 아니고, 주차도 불편한 곳이라 차로 굳이 그곳까지 가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더군다나 차를 가져가면 내가 원하는 가게에 가서 커피를 사는 일도 꽤 번거로워 지기에
아이에게 유모차나 킥보드를 타고 가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울지 않고 말하던 아이가, 내가 말을 받아 주지 않으니 화가 나 크게 울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그러고마 했을 일인데, 오늘따라 나도 쉽게 아이의 말을 받아 주기 싫었다.
'커피 한잔도 마음대로 못 마시게 하고, 진짜 너무 한다 너.'
유모차나, 킥보드 타던지 아니면 그냥 우리 나가지 말자.
이렇게 말을 하고 한참을 아이와 씨름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아이가 하는 말
"카트... 흑흑... 카트 타고 싶어..."
아차.
유모차나 킥보드 같은 탈것을 가져가면 마트에 비치된 카트에 아이를 태워 장을 볼 수가 없다.
아이가 좋아하는 무빙워크도 물론 탈 수가 없다.
아이는 유모차를 타고 가면 카트를 못 타니 차를 타고 가자고 했던 것이었다.
표현이 서툰 아이는 그 말을 미처 내게 하지 못한 것이었고 나는 아이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제야 엉엉 우는 아이에게 깊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가 우는 그 시간 동안 나도 화가 났음은 물론이고, 아이에게 야속한 마음까지 들었다.
왜 한 번을 하자는 대로 쉽게 하지 않는지, 미운 세 살이라더니 진짜 떼쟁이하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제야 퍼뜩 정신이 들면서,
바로 차를 태워 아이와 마트에 다녀왔다.
아이가 좋아하는 카트도 태워주고, 물고기도 보고 그렇게 저녁거리를 하나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에게 카트 타고 싶었는데 엄마가 봄이 마음 몰라줘서 미안해하고 아이를 안아주며 사과하니
엄마 왜 몰랐어요? 그런데 이제 봄이가 말할게요. 하고 배시시 웃는 아이
누군가 말하기를
육아는 내가 얼마나 별로인지를 매일 확인하는 일이라고 하던데, 오늘 정말 내가 별로인 사람으로 느껴졌다. 커피 그거 뭐라고, 안 마시면 어때서 힘들다는 내 감정에 빠져,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고 아이를 현관에 세워놓고 울리기나 하고.
결국 아이가 떼쟁이가 아니라 엄마인 내가 떼쟁이었던 오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