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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Sep 22. 2024

두려움을 없애려

어린 시절 천둥소리가 무서웠다. 깜깜한 밤에 천둥소리가 들리면 온몸에 찬물을 끼얹은 듯 차가운 공포가 머리부터 나를 덮쳤다. 그러면 나는 곁에 있어줄 누군가를 찾아 달려갔다.


두려움의 실체를 생각해 본다.

천둥소리에 대한 두려움은 실체가 없다. 소리가 나에게 줄 해악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내 마음속에서 두려움을 만들고 공포를 만었다.


 않는 일이 생길까 두려워하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생각하며 불안해하고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단하며 답답해한다.

의심에 의해 만들어진 두려움은 약해진 나와의 대치전이다.


공포나 두려움은 내가 만들어낸 영화다.

내가 각본을 쓰고 내가 감독하여 상상이라는 필름으로 만들어낸 허상의 영화.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고 일어날 수 없는

마음속에서만 일어나는 영상이다.


두려움이 짙어질 땐

두 발을 땅에 딛고 현실에 서야 한다.

소파에 누워 있기보다 굴곡 있는 산을 오르며 잡생각을 없애야 한다

자연 속에서 받는 위로와 자연을 정복했다는 성취감이 두려움을 없애준다고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바쁘게 살다 보면 두려움은 사라진다고 주문을 외웠다.


나는 어릴 때부터 소리에 예민했다.

고함 소리, 쿵 떨어지는 소리, 쾅 부딪히는 소리, 꽝 닫히는 소리, 왁 놀라게 하는 소리.

크고 묵직한 주파수를 내는 소리에 대한 두려움이

하늘의 어느 지점, 주변공기의 급격한 팽창으로 인해

발생하는 충격파, 천둥소리에 공포라는 서사를 부여했다.

예민한 청각 탓에

다른 사람의 무심한 한 마디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마음의 화분에 화, 미움, 원망의 씨앗도 심었다.


세월로만 나이를 먹으며 살다

책과 글로 나이를 먹으니

무심한 한 마디에

그랬어, 그럴 수 있지

마음 씨앗 종자가

이해와 여유, 공감으로 달라졌다.


예민한 청각 덕분에

달라진 목소리 하나에 감정 변화를 느끼고

걸어오는 발소리 하나에 힘겨움을 감지해 위로할 에너지가 생겼다.


예민한 청각 덕분에

토도독 떨어지는 가느다란 빗소리에 행복하고

흰 새벽 이름 모를 새소리에 상쾌해지고

운동화 아래 밟히는 아기 조약돌의 서걱거리는 소리가 재미있다.


두려움을 없애려

더 열심히 공원을 걷고

애써 산을 오른다.

내 안의 두려움을 상쇄시킬 소리를 찾아.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처럼 아름다운 소리가 크게 들리는 곳으로.

한 줄 요약 : 뭔가가 두려워질 땐 두려움의 실체를 생각해 보라. 실체 없는 두려움에 속지 말자.


#라라크루 #라이트 라이팅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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