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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Oct 16. 2024

세상의 진동하는 모든 것

내 자리로 돌아갈 결심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진동하고 있다.

미세한 진동이라 우리가 느낄 수 없을 뿐 거리의 나무조차 진동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는 마음의 미세한 진동을

 날은 무심히 넘기기도 하고

날은 기민하게 반응하며 기록하기도 한다.


 마음의 미세한 진동을 알아차리는 건 내 마음에 큰 진동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음에 큰 진동이 없어야 미세한 진동도 느낄 수 있으니. 요동치는 마음의 지진 때문에 섬세한 감정을 놓친 적이 얼마나 많았을까.


 가을 산책길에 무심하게 핀 들꽃을 만났을 때

책을 읽다 내 마음과 통하는 구절을 만났을 때

부쩍 자란 아이의 철든 한마디에 놀랐을 때

미세한 떨림을 느낀다.


 떨림이 커지면 울림이 되어 마음속에 더 길게 머문다.

마음의 떨림으로 시작된 진동이 몸 전체를 관통하는 울림으로 변하는 시간은

사유와 가치를 찾는 시간과 비례한다.


 울림은 비를 막아주는 우산의 쓸모처럼

어느 날 큰 시련이 닥쳤을 때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비바람을 막아주고

여정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나는 언제 떨림을 느끼는가.

나의 떨림은 어떤 가치의 그릇에 담겨 울림을 만드는가.

내가 어떤 사람들 속에 있고

어떤 글을 읽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냐에 따라

울림의 모양과 이 달라진다.


 '니체의 말'을 읽으며 인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기며

'역사의 쓸모'를 읽으며 시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용기에 전율을 느낀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읽으며 산업화에 터전을 잃어가는 소외된 사람들에 마음이 쓰인다.


 내가 알지 못하던 세계를, 내가 깨닫지 못하던 가치를 발견했을 때의 전율은

매일 가는 산책길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운 야생화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과도 같다.


이제 학교로 복직을 4개월 남짓 남겨두고 있다. 남은 4개월 동안 어디에서 떨림을 느낄지 고민하다 나는 학교에 돌아갈 준비로 진동을 느끼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아이들에게 나누고 싶은 따뜻함 준비하 것으로.


 교육자원봉사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무료로 디베이트를 가르치는 늘봄유정작가님의 북토크에 참석했다. 딱딱해진 마음이 말랑해지기 시작했다. 가슴에 떨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돈의 흐름을 예측하고 부자가 되는 이야기는 흥미롭긴 해도 울림이 되않는다. 그건 나를 위한 일일 뿐 다른 사람이나 아이들을 위한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교육자원봉사를 하는 작가님을 보며 작은 사회인 교실에서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의미 있는 떨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을 위해 살아가는 건 쉽지  않다. 그러니 더 가치 있고 위대하다. 교육 봉사라는 위대한 발자국을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는 작가님을 보며 교실에서 나의 떨림도 좋은 울림으로 전달되기를 바라본다.


한 줄 요약 : 뭔가를 배우고 준비할 때의 떨림이 좋은 울림이 되어 세상의 한 구석에 울리길 바라본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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