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루스의 교육
2년 동안 직장을 쉬고 있다가 다시 출근하고 나니 농사가 다시 시작된 기분이다.
학교 농사는 봄의 마음이 가장 분주하고 긴장된다. 땅을 잘 일구고 파종을 정성스레 잘해야만 한 해 농사가 잘 된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1년 동안의 농사를 잘 계획하고 한결같은 애정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 마음이 성실하게 유지되어야 보람 있는 수확으로 이어진다.
학교 농사가 시작되니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300 개가 넘는 작은 새싹을 잘 키우기 위해 눈 맞춤을 해주고 이름을 불러준다. 올해는 300명이 넘는 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농사를 맡았다.
새싹의 영혼의 키를 키우고 지혜의 몸집을 키우는데 필요한 일을 찾는다. 무엇을 이용해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계획하고 결정한다.
일주일에 두 번 총 80분의 시간이 허락되는 작은 새싹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정서로 잡기로 했다.
공부 정서, 수업 정서, 학교 정서.
영어 단어를 알고 있으나 영어가 싫고
공부는 잘하고 있으나 공부가 싫고
책상에는 앉아 있으나 수업시간이 지겨운 정서 대신
당장 영어 단어를 잘 몰라도 더 알고 싶고
아직은 잘하지 못하지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듣고 배우는 순간이 즐거운 공부 정서, 수업 정서, 학교 정서를 만들어 주는 것.
배움의 정서를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 긴 인생에서 더 즐겁고 의미 있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배움에 대한 정서가 힘들고 귀찮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학생일 때도 어른이 되어서도 배우는 것에서 도망치고 거부하여 결국에는 삶의 의미가 허무해진다.
배움은 나이에 관계없이 사람을 젤리처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작은 변화를 기쁘게 감지하고 큰 변화는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는 유연한 존재로 변모시킨다.
작은 새싹들에게 내 것을 내어주기 위해 내 속을 채워야 한다는 갈급함이 책을 찾게 했다. '엄마의 유산' 책에서 리더십의 고전으로 소개되어 있는' 키루스의 교육'을 새벽시간을 이용해 완독 했다.
좋은 리더십이란 자신의 말과 행동이 리더십 그 자체가 되는 것,
나의 가장 좋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내어 주는 것,
항상 친절과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
지혜와 지성으로 그들을 마음으로 감화시키는 것이었다.
전술은 장군이 배워야 할 것 중 지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주 1). 잘 가르치는 것은 교사로서 가져야 할 덕목 중 기본 중의 기본이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보여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보여주려면, 아이들이 나에게 배우게 하려면 나부터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전체를 아우르면서 부분을 챙기는 넓고도 섬세한 시각,
아이들을 현재의 능력으로 판단하지 않고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견하여 이끌고 주는 태도,
지식 습득을 넘어 지혜를 키워주는 힘,
자신을 성장시키는 자세를 키워주는 힘,
배움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갖게 하는 말과 행동,
무엇보다 서로를 대하는 따뜻함과 친절함, 존중.
40분의 시간 동안 20평의 교실에서 주고받는 언어와 몸짓, 눈 맞춤, 에너지의 교류 속에 많은 것들이 일어나야 한다. 아이들이 배움에 열정적이게 하려면 열정적이게 가르치는 것보다 내가 열정적으로 배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고, 아이들이 서로 격려하고 용기를 주고받길 원하면 내가 아이들에게 격려와 용기를 먼저 보내는 편이 맞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설득할 때 어떻게 여러분의 말솜씨를 과시해 그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생각하지 마시고 여러분이 설득하려고 하는 사람이 여러분이 제안한 대로 하는 경우에 그 사람이 어떻게 될 것인지 실감할 수 있게 해 주려는 마음가짐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준비를 하십시오.(주 2)
아이들이 하루하루 지식을 배우고 지혜를 얻는 과정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배움의 길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를,
그 길에 기꺼이 동참하기를 바란다.
이제 싹이 튼 아이들의 배움의 자세가 진지하고 성실하다. 새싹 앞에 서면 더 좋은 나무가 되고 싶어진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을 자기 자신보다 더 현명하게 앞장서서 챙겨주는 사람에는 기꺼이 복종한다(주 3).
내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를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나가도록 해주는 것이다.
배움이 정말 즐거운 것이란 걸 알게 해주는 것, 그것을 알게 해 주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신들이 누구에게나 자신의 뜻을 알려주려고 하지 않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신들에게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뜻을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주 4)
영혼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육체의 본능이 이끄는 대로 나태하고 분노하고 오만하다면 우리가 가는 길에 신의 뜻(종교적 의미가 아닌 일을 바람직한 곳으로 이끄는 힘)이 함께 할리가 없다. 신이 나에게 부여해준 가장 깨끗하고 순수한 모습의 영혼을 기억하는 삶이야 말로 영혼을 키우는 삶이다.
의지를 가지고 절제할 때 더욱 탄탄해지고
말을 적게 하고 사유를 할 때 키가 자라고
격려의 말과 응원의 말을 들을 때 부드러워지며
배우고 성취할 때 튼튼해진다.
육체는 영혼을 표현하는 도구이다. 육체가 일을 하고 움직여야 영혼이 제 일을 잘할 수 있다. 나태에 젖은 육체는 정신을 고양시킬 수 없다.(주 5)
교실에서 주고받는 말들이 교실에서 하는 활동들이 아이들의 영혼을 키우는 일이 되길 오늘도 바라본다.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것을 내어 주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것을 내어줄 때 가장 행복하고 의미 있다.
가장 좋은 것이 가장 지혜로운 것이길 바라며 책을 읽고 연구하고 탐색한다.
그리고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이름을 불러준다.
연하고 푸릇한 그들에게.
주 1,2,3,4) 키루스의 교육. 크세노폰. 현대지성
주 5)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톨스토이. 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