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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무리하는 건 구슬을 꿰는 일

by 리인

글을 더 날카롭게 다듬기 위해 생각의 밀도와 부피를 동시에 늘려야 했다.


내 안의 생각을 벼리는 일은 기존의 생각을 뒤집는 일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사유를 다시 뒤집었다.


구슬이 든 컵을 재빨리 뒤집어 구슬이 쏟아지지 않되

구슬이 닿는 표면이 컵이 아니라 테이블 바닥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마음속 생각이 밖으로 나가지 않게 가지고 있으면서 생각이 닿는 표면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표면에 닿는 달라진 감촉을 느끼려고 했다.


문단을 과감히 삭제하고 순서를 뒤집고 관통하는 소재를 넣었다.

구슬이 컵 밖으로 나오려는 움직임을 느꼈지만 중력에 지지 않았다.


제자리로 돌아가려고 흔들리는 관성에 흔들리지 않아야 했다

바쁜 업무라는 중력과 피곤이라는 관성에 지지 않아야 했다.


중력과 관성을 이긴 구슬은 새로운 표면 위에 안착했다.

뒤집어진 컵 안의 구슬은 하나의 실로 꿰어졌다.


새로운 생각은 문장이 되어 실에 꿰어졌고

기존의 생각은 메시지가 흘러내리지 않게 실 끝의 매듭이 되었다.

기존의 생각 매듭이 새로운 생각을 든든하게 받쳐주었다.

이제 한 달간 목걸이가 될 비슷한 모양의 다른 색깔의 구슬을 꿰어 마지막 매듭을 지어야 한다.

마지막 매듭은 벼린 생각대신 비운 마음이 나서야 한다.


목걸이로 만들어진 구슬들이 보배가 되어 누구의 목에 걸어질 것인지

누구의 목에 걸려 얼굴을 더욱 빛나게 해 줄 것인지 그림을 그린다.

구슬에 새겨진 가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가서 더 빛날 거라 믿는다.


주말 저녁에도 어김없이 구슬을 꿰러 줌으로 들어간다.

구슬이 목걸이가 되어 나오는 날까지 각자의 공간 속에서 우리는 구슬을 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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