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다고 말하는 아이들

by 리인

4학년 열 번 째반, 올해 마지막 영어 수업을 위해 교실로 들어서자

"사랑해요" 수줍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움텄다.

한 아이가 수줍은 움틈을 응원하듯 "하나, 둘, 셋"을 선창 하자 소리는 큰 나무처럼 자라 교실을 가득 채웠다.

"선생님, 사랑해요."


손으로 만든 커다란 하트 안에는 아이들의 웃음이 빛나고 있었다.

2025년 마지막 시간, 아이들이 보내온 인사는 "사랑해요"였다.

올해 목표코칭을 받으며 내 사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주저 없이 사랑이라고 답했다.


만나는 아이들에게 웃으며 먼저 인사하는 것.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는 것.

자신을 믿고 성장을 향해 나아갈 동기를 만들어주는 것.


마음으로 새긴 신념의 끝에 사랑을 세워 두었다.

아이들은 사랑을 동기로 스스로 성장하는 하나의 세계였다.


사랑이란 개인이 성숙하기 위한, 내면에서 어떤 존재가 되기 위한, 세계가 되기 위한, 곁에 있는 사람을 감싸는 하나의 세상이 되기 위한 초월적 동기입니다.

-라이너 마리야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오늘 수업에는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소개하고 그의 직업을 영어로 표현하는 활동이 있다.

내 마음속 영웅! 톤즈의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님'을 아이들에게 소개했다.

자신이 가진 능력과 사랑을 오직 아프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치료와 교육에 헌신한 신부님!


신부님을 처음 만난 아이들의 눈빛이 순식간에 광채를 뿜었다. 신부님을 보며 꿈을 키워 한국에 와서 의사가 된 남수단의 두 청년을 소개했을 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사랑으로 톤즈를 밝혔던 시간이 교실 안에서 사랑과 함께 위대함으로 전해져 공명했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잘 지내라는 인사를 할 때

다시 웅성거리며 "하나 둘 셋"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은 한 마음이 된 것처럼 머리 위로 동시에 하트를 만들며 외쳤다.

"선생님, 사랑해요."

나도 크게 하트를 만들며 메아리를 보냈다.

"나도 사랑해요."

교실을 뒤따라 나와 고운 손으로 건네는 편지에도 "사랑해요"가 새겨져 있었다.

또 다른 반의 마지막 수업을 끝냈을 때 아이 둘이 따라 나와 나에게 안겼다.

목소리가 큰 다른 반 아이가 복도에서 외쳤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예술가는 나무처럼 풍성해지는 존재입니다. 수액을 흘리지 않고 봄의 강풍 속에서 혹시 여름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는 일 없이 의연하게 서 있는 존재입니다. 여름은 반드시 오니까요. 하지만 여름은 자기 앞에 영원처럼 길고 걱정 없이 조용한 시간이 펼쳐진 듯 인내심 있게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찾아옵니다.
-라이너 마리야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아이는 저마다가 한 명의 예술가이다.

여름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는 일 없이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나무 같은 풍성한 존재이다.

성장을 품은 나무에게 따뜻한 눈길, 환한 미소, 잘 크고 있다는 응원의 시간을 보탠다.

성장의 시간을 인내심 있게 쌓아 의연하게 서 있는 아이는 어느새 멋지고 큰 나무가 될 것이다.


수업을 하며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못한 내게

아이들은 사랑한다고 말하고, 쓰고, 행위로 표현했다.


사랑이란,

아이를 성장시키는 볕이고,

어른을 머물게하는 쉼이며,

눈빛과 몸짓과 마음의 포옹이다.


오늘도 사랑은 일을 한다.

내 앞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향해 간다.



*이태석 신부 -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병원을 손수 짓고 하루 300명의 환자를 진료하며 의료 봉사를 실천함. 학교를 짓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 봉사로 헌신하다 2010년 대장암으로 선종함.



삶의 따뜻함을 나누고 싶은 순간!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8437104


keyword
이전 05화생기의 긴 머리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