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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치 Mar 08. 2022

잘하고 싶다면, 잘하려고 하지 마라

 내가 사고뭉치 신입 시절에 고통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일은 못하는데 열정만 앞서서 사고를 치는 스타일이었는데, 이게 몇 번 반복되면서 전체적인 팀 신뢰도를 깎아 먹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땐 사무실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윽박지르는 경험을 하는... 비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도 그 시절을 회상하면 닭살이 돋는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옆팀 선배가 나를 따로 불러 커피를 사줬다. 이때 해준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잘하려고 하지 마라, 시간 지나면 다 하게 된다.'



 이 문장은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계속 되뇌이게 되는 말인데, 어떤 일을 잘한다는 것은 능숙해지는 것이고 능숙해진다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인정해야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는 나무에 물을 많이 준다고 빨리 자라지 않듯, 일도 내가 지금하는 노력만으로는 잘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내 노력들이 조금씩 합쳐져서 그게 내 실력이 된다는 것을 이해해야한다. 



  비슷한 예로 '김영하 작가'가 알쓸신잡에서 했던 말도 비슷한 의미인 것 같다.

'최선을 다하면 큰일나요' 

 - 사람은 자신의 능력의 100%를 사용하면 안 된다. 60~70%의 능력만 사용해야 한다. 절대로 최선을 다해서는 안된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큰일난다. 능력과 체력을 남겨 놓지 않으면 인생의 다른 일이 일어났을 때 대비할 수 없다.



 또, 츠타야 서점의 의 '마스다 무네아키'가 쓴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있다. 기억나는대로 적어보면

 '일을 잘하는 것은 골프와 같다'

 - 골프는 몸에 힘을 빼고 쳐야 공이 멀리나간다. 일도 이와 같다. 폼이 몸에 배여있어서 힘을 빼고 일을 진행해야 좋은 성과를 낸다.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가면,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자존심이 상해서 더 잘하려고 110%, 120%를 하다보니 자꾸 탈이 났던 것이다. 신입 때 욕심을 내려놓고 몸에 힘을 뺀체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면 조금 더 쉽게 적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성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조직 문화였다면, 시스템적으로 신입 케어를 잘 해줬다면 더 금방 적응했을 것 같다.)



 주변에 일 잘한다고 인정 받는 사람들은 다들 비슷하다. 야근을 하지도 않는데 어느새 결과물은 척척척 내온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일도 없어서 빠르고 냉정하게 판단한다. 자신이 루틴하게 하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는다. 어느정도의 에너지만 투입해서 일이 잘 돌아가게 시스템을 만들고 남은 에너지로 단발성의 일들을 처리한다. 우리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일단,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일을 잘할 수 있었는지', '폼'은 어떻게 만드는지 고민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루틴한 업무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가 고초(?)를 겪으며 몸으로 익힌 팁을 공개한다.



 우선, 루틴한 업무의 모든 process를 이해하고 있어야한다. 내가 해야하는 업무 뿐만아니라 이 업무를 위한 전/후 조건들도 파악해야한다. 예를들어 A라는 부서에서 확인을 해줘야 끝나는 일이라면, A부서는 어떤 Process를 거쳐 확인을 해주는지 알아야한다. 그리고 내가 B라는 부서에 해당 내용을 전달한다면 B에서는 그 내용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이해해야한다. 그러면 전체적인 Process에서 내가 맡고 있는 업무의 의미를 파악해야한다.



  다음으로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최소한의 노력으로 적정수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규격화 해놔야한다. 문서작업이라면 미리 템플릿을 만들어 놓거나, 소스가 되는 자료들이 필요하다면 내가 원하는 시간에 확인가능하도록 유관부서와 협의를 하거나, 복잡한 process라면 가이드를 만들어놓는다. 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최종적으로 필요한 양식에 맞춰 자료가 작성되도록 협의하거나 아예 그 양식의 작성을 위임할 수 있는 구조이다.


 예를 들어 나는 Daily report를 작성해야했는데, 매번 여러 정보를 취합해서 작성하다보니 야근을 밥먹듯이 했다. 그래서 관련 부서들과 협의를 해서 매일 특정 시간 기준으로 숫자를 update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단순히 메일과 공용폴더에 접근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처음엔 협의가 쉽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추가 업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시스템이 서로에게 좋다고 꾸준히 설득했고, 결국 시스템이 완성되어 나는 퇴근 전 10분 동안 해당 숫자만 옮겨 적으면 되었다. 



 마지막으로 Process와 시스템을 계속해서 개선시킨다. 업무 Process 상 지속적으로 시간이나 에너지가 소요되는 부분이 있다면 개선이 가능할지 담당자와 협의해보자. 예상외로 관습적으로 하고 있는 업무들이 있어서 과감하게 생략 가능한 경우나 담당자가 임의로 간소화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시스템을 이전에 누군가에게 인수인계 받은 경우, 이유도 모르는 체 그냥 따라하기 쉽다. 시스템을 개선해서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업무 참여자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면, 이후에 내가 요청하는 개선 사항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용해준다.



 나도 예전에 전임자가 인수인계해준 시스템으로 업무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 때 디자인 팀과 협업할 일이 많았는데, 업무 협조도 잘 안되고 지속적으로 퀄리티 이슈도 있었다. 이게 계속되다보니 디자인업무 검토에 내 많은 시간을 쓰게되었다. 개선을 위해 회의를 소집해서 상대쪽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러 불만이 있었지만 제일 중요한 건 '불충분한 작업 시간'이 문제였다. 이건 그들의 시간을 존중하지 않는 우리 쪽 시스템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바로 그들의 요청사항을 반영해 디자인 의뢰는 D-2 전에는 해야한다는 내부규칙을 세우고 그 이후에 요청할 경우 퀄리티에 대해 감안하기로 협의 했다. 해당 시스템이 자리잡자 곧 퀄리티는 좋아졌고 디자인 업무 검토 시간도 기존대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추가적으로 나와 디자인팀 간 '신뢰'가 형성되었고, 이후 내가 요청한 건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업무 협조를 받았다.



 이처럼,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놓으면 평상시 내 에너지의 60~70%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업무 결과물의 수준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러면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거나 갑자기 추가적인 업무가 떨어졌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물론 해당 시간과 체력을 개인적인 자기 계발 활동을 위해 사용할 수도 있다. 



 오늘의 결론은 2가지다.

1. 처음부터 잘 못한다고 괴로워 하지 말고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라

2. 업무 Process가 익숙해지고 난 뒤에는 일하는 '폼'을 만들기 위해 시스템을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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