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하루

by 안태현

아침에 눈을 뜨면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면도를 합니다. 샤워를 한 뒤에는 주섬주섬 옷을 입고 머리를 말립니다. 그리고 집 밖으로 나가 지하철을 탈지 버스를 탈지 고민합니다. 대개는 목적지로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수단을 택합니다. 그래서 네이버 지도 애플리케이션은 항상 휴대전화의 메인화면에 둡니다. 그리고 하루의 일을 시작합니다. 별반 다를 건 없습니다. 늘 타던 버스고 지하철입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습니다. 요즘은 저니의 ‘오픈 암스’(Open Arms)를 듣습니다. 그렇게 슬프지도 그렇게 행복하지도 않은, 또 그렇게 절실하지도 않은 스티브 페리의 음색이 좋습니다. 너무 과잉된 감정이 아니라서 마음에 듭니다.


저는 ‘무미건조’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고 좋아합니다. 아무런 특색 없는 게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살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단어입니다. 그래서 삶의 루틴은 ‘무미건조’하게 유지하려고 합니다. 너무 감정의 파고가 크면 매일이 힘들까봐 그런 것 같습니다. 일을 할 때는 매일이 다르고, 의욕 있게 하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늘 건조하게 살려고 합니다. 일은 나를 아프게 하지 않지만 삶은 나를 아프게 만드는 게 다반사입니다. 페르소나라는 말이 이해가 될 때가 바로 제 일상입니다.


오늘도 회사 일을 마친 뒤, 귀에 이어폰을 꼈습니다. 저니의 ‘오픈 암스’를 들으면서 흔들리는 전철을 버팁니다. 그러던 중 마스크를 끼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어르신이 누군가를 꾸짖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꾸짖음을 듣고 있는 사람은 장애를 가진 여성이었습니다. 어르신은 이 분이 자신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고 있는지는 신경 쓰지 않고 얼른 마스크를 쓰라고만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다 주변에 있던 일면식 없는 이가 대신 마스크를 씌어주었습니다. 그렇게 지하철을 채우던 고성은 사라졌습니다.


저는 이 모든 상황을 그냥 관망했습니다. 직접 끼어들면 무슨 일이 생길까만 생각했습니다. 그냥 생각만 하고 지켜만 보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마스크를 씌어줄 수 없었을까라고 생각이 들고 부끄러워졌습니다. 무미건조하게 살면서 타인에 대한 관심도 사라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관심이 사라지면서 배려도 없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나의 최선까지만 행동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최선이었을까요. 적어도 ‘선’(善)은 아니었던 게 맞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선’이 되고 싶었지만 정작 먼저 ‘선’을 행하지는 못했다는 걸 알았을 때는 부끄러움만 남습니다. 불현 듯 내가 행동하지 않아서 상처 받았던 이들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늘 저는 최선을 다했다고 했지만, 선은 아니었던 상황들이 존재했을 겁니다. 이래서 늘 삶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이라도 해보는 게 의미가 있을 거라 봅니다. 분명 오늘의 최선과 내일의 최선은 달라질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선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최고의 하루가 될 수는 없어도 최선의 하루를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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