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예술입니다

by 안태현

올해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은 아니 에르노가 됐습니다. 수상자가 발표되고 나서 국내에서는 그가 쓴 소설 《단순한 열정》이 14시간 동안 200권 이상이 팔렸다고 합니다. 이른바 노벨문학상 특수죠. 사실 저는 그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로 K》를 쓴 돈 드릴로가 혹시 수상자가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늘 노벨문학상의 주인공 자리에는 “아니, 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저 역시 이번 수상결과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노벨문학상의 파격적인 수상이 가장 크게 화제가 된 건 2016년이었습니다. 가수 밥 딜런이 수상자가 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문학계는 꽤 크게 술렁였습니다. 시집이나 소설, 에세이 한 권 내지 않은 사람이 과연 ‘문학’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냐는 반응이 컸습니다. 하지만 스웨덴 한림원은 그가 쓴 곡들의 가사들의 문학적인 부분을 인정하면서 상을 수여했습니다. 이후에는 문학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하냐는 논의들이 시작됐습니다. 대중가요의 가사도 예술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의견들도 커졌습니다. 출판사 문학동네에서는 그의 가사들을 모은 시집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시인들의 시를 가사로 옮겨 발표한 곡들은 많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아마 김소월의 시에 음을 입힌 곡들이 유명합니다. 과거 정미조가 부른 <개여울>입니다. 지난 2017년에는 아이유가 리메이크해 부르기도 했습니다. 마야가 부른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도 많은 사랑을 받았죠. 하지만 가수가 쓴 시를 시집으로 낸다는 건 또 다른 신선함이었습니다.


밥 딜런의 수상 전에도 이미 대중가요 팬들은 그들이 쓴 가사에 많이들 울고 웃었습니다. 저 역시 많은 곡들을 들으면서 음을 음미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쓴 가사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제는 모네스킨이 발표한 신곡 <더 론리스트>(The Loneliest)의 가사를 정말 흠모하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난 네가 어떻게 내 기분을 좋게 만들었는지를 계속 생각해/ 그리고 우리가 함께했던 미치도록 사소한 일들도/ 결국 끝이 났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 오늘 밤이 가장 외롭다면”(I just keep on thinking how you made me feel better/ And all the crazy little things that we did together/ In the end, in the end, it doesn't matter/ If tonight is gonna be the loneliest)이라는 가사가 미치도록 심장을 때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를 음미하고, 그 속에서 헤엄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깐 대중가요는 음악이라는 예술과 가사라는 문학의 예술로서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대중가요는 대중가요일 뿐이라고 치부합니다. 저는 예술은 우리 일상과 결코 먼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시회에서 넘어가지 말라는 선에 맞춰 서서 멀찍이 바라보는 것만이 예술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대중가요를 하는 가수들의 군 면제에 대한 공정성 문제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 클래식 연주자 등은 군 면제의 기회를 주면서 왜 대중 가수들에게는 그 기회가 없냐는 것이죠. 그래서 아예 군 면제 자체에 대한 기준 자체를 새롭게 손보자는 흐름들도 있습니다. 저는 이 논쟁 속에서 군 면제 자체 문제는 제쳐두고 대중가요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들을 바라봤습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들 돈 벌겠다고 하는 건데’라는 반응들도 있었습니다. 씁쓸했습니다. 여전히 대중문화는 낮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6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대중문화는 어디까지의 위치까지 왔을까요. K드라마가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K팝 가수들이 미국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르고 있는 지금, 여전히 대중문화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순수예술과는 다르게 취급 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예술에 대해 가지는 선입견들을 내려놓는 순간들이 언젠가는 왔으면 합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듯이 아직까지 예술에 대해 존재하는 시선의 벽들도 허물어지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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