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뒷면

by 안태현

우리는 달의 뒷면을 볼 수 없습니다.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달이 같은 주기로 자전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삶도 그러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뒷면을 쉽게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류는 기꺼이 달의 뒷면을 보기 위해 위성을 쏘아 올렸습니다. 그렇게 발견한 달의 뒷면은 수많은 소행성들과의 충돌로 만들어진 상처들 뿐이었습니다.


저 역시 공전에 대한 글을 쓰면서 수없이 많은 위성들을 쏘아올렸습니다. 타인과 세상의 뒷면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결과 발견한 건 타인들이 숨기고 싶어하는 상처들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아픔을 바라본다는 건 저에게도 꽤 아픈 일입니다. 결국 무언가의 뒷면을 온전히 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위성의 방향을 저의 뒷면으로 향하게 했습니다. 저의 뒷면을 바라본다면 누군가의 뒷면을 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두 달 가까이 자전과 공전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습니다. 더 써둔 글이 있지만, 굳이 내보이지 않은 글들도 많았습니다. 글을 쓰면서 느낀 것은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는 일만큼이나 나의 삶을 뒤돌아본다는 것의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항상 앞면은 번지르르 합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앞면의 이상과 다르게 행동하고 있었던 것들의 상처들이 큽니다. 그래서 늘 뒷통수가 아려오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말이 튀어나올 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러한 저 때문에 이미 상처를 받은 뒤입니다.


또한 앞선 행동들은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었지만,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행동이나 말 때문에 앞의 행동들 모두 의도가 변질되어 버린 때입니다. 이거 참, 세상은 어렵다 싶습니다. 그런데도 타인의 삶을 비추어 나의 삶을 돌아보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나의 이 기록들이 저에게만은 의미 있는 일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기간동안 느낀 점은 하나였습니다. 누군가의 삶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삶을 돌아보면서 나의 감정에 집중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엇나가서 조금은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기적으로 살아도 된다는 태도도 필수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말은 조금 이기적이려고 했습니다. 허나 돌아오는 것은 후회 뿐입니다. 궤도를 이탈한 이기심은 크나큰 후회만 남기고 아스라히 부서집니다. 나의 감정에 집중한다는 것은, 타인의 감정을 돌고 있는 나에게 집중하는 일임을 깨닫습니다. 어쩌면 삶은 늘 이런 깨달음을 위해 반복되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언어로 이야기합니다. 모진 마음을 좋은 말로 돌려가며 이야기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위한 마음을 아픈 말로 찔러가며 하기도 합니다. 그 언어들의 차이가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닐까 느낍니다. 그렇지만 굳이 우리의 언어를 하나로 통합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의 언어는 다르기에 더욱 가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공존의 법칙이라고 봅니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준다면서, 누군가에게는 아픔을 주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한다면서,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입니다. 매일의 실수들을 후회해봤자 그건 우울함만 깊게 파고들게 합니다. 우울함에서 발견하는 보석도 있지만, 행복함에서 오는 보석도 많습니다. 물론, 저 역시 이렇게 말하지만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언제나 말은 쉽고, 글 역시 쉽게 쓰여집니다. 그렇지만 저의 뒷면처럼 쉬운 것 이면에는 어려운 것들 투성이입니다. 이 단상 시리즈를 마치면서 굳이 이런 글을 덧붙이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제 생각이 답이 아니고, 당신의 생각도 답이기 때문입니다. 모두에게 통하는 하나의 해법은 없습니다. 우리는 제각각 다른 중력, 자전주기, 공전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저의 자전과 공전의 이야기였습니다. 보잘 것 없는 저의 뒷면이면서 누군가의 뒷면에 닿으려 했던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마침표를 찍을지 모르겠을 때, 과감하게 온점를 찍으려 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자전하고 공전합니다. 당신의 자전과 공전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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