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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한 식물 누나 Sep 21. 2023

그럼에도 우리에게 식물이 필요한 이유


얼마 전까지 코로나로 인해 실내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대폭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위험한 외출을 하는 대신 안전한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며 힐링을 하고자 했다. 집안에 갇혀 지내면서도 자연과 교류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이 극대화되었던 것 같다. 


자주 방문하는 원예업체 사장님 말씀으로는 이런 호황이 또 없다고 하셨다. 인플루언서의 SNS, 리빙 매거진에나 나올 법한 멋지고 이국적인 식물들을 키워보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고가의 식물 또한 불티나게 팔렸다. 그런데 그 열기도 이제 한풀 꺾인 모양새다. 



먹고살기 힘들수록 필수품이 아닌 식물은 우리 일상 속에서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마스크 없는 일상을 회복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자꾸 바깥으로 향하게 되었고, 보복 소비, 보복 여행이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가 되었다. 


이제 코로나 기간 내내 우리를 위로해 주고 생기를 전해 주었던 실내 식물은 거실 한 구석에 박제된 듯 놓여있을 뿐이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식물들은 이제 빈 화분만 덩그러니 남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람들이 언제든 식물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식물의 종류가 참으로 다양하고, 그 습성 또한 모두 다르듯 사람들도 저마다의 모습과 성향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모습과 생각을 가졌다고 반목하지만, 식물들은 자신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하거나 다투지 않는다. 다만, 각자의 성장에 집중할 뿐이다. 


제비꽃은 제비꽃을 피우고, 장미는 장미꽃을 피우면 될 일이다. 제비꽃이 장미꽃을 피우려고 장미를 시기하거나 욕심내지 않는다. 이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잘 알고, 자신에게 맞는 꽃을 피워내려는 식물 특유의 긍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식물은 꼭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아서 지나친 관심보다는 적당히 내버려 두고 자연의 에너지에 그 흐름을 맡길 때 가장 잘 자라는 것 같다. 억지로 성장하라고 재촉하기보다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식물과 아이를 키우는 바람직한 양육자의 자세다. 이렇게 나는 매일 식물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 


식물은 사람들에게 위안, 기쁨일 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도 나누어주는 소중한 존재인 것 같다. 힘든 시간이 끝나면 사람들도 식물에게 그리고 자연에게 다시 몸과 마음을 맡길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 식물은 외적인 가치와 일시적인 행복을 채우는 존재가 아니라 내적인 충만감을 주는 본질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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