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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덕호 Aug 08. 2024

재단한 나무를 이어 붙이는 방법

가구제작⑥ 드디어, 조립

재단한 나무를 이어 붙일 차례다. 결합과 조립은 부품들로 파편화되어 떠다니던 나의 구상이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추는 단계다. 제재된 나무 덩어리들이 톱밥과 기계음 속에 뒹굴다 눈앞에 가구로서 현현하는 첫 장면이다. 이제 나무는 불투명한 상태로 부유하던 유생 시절을 지나 어떤 역할과 가치를 이어나가게 될지 명확한 노선에 선다. 자칫 다 왔다는 생각에 서두르기 쉽지만, 지금까지 나무가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더 오래 서 있기 위해서는 제작자의 인내가 필요하다. 




목공용 접착제


재단한 부품을 연결할 차례다. 수공구나 기계로 가공을 마친 부품을 서로 붙여서 원하는 구조를 만든다. 사용 용도에 맞는 하중을 버틸 수 있어야 하고, 나무의 무늬 또한 유려하게 이어지면 더 좋다. 


나무를 연결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많은 가구 제작자들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목공풀, 즉 목공용 접착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목공용 접착제는 자신의 존재감을 가급적 드러내지 않고 나무 본연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견고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시중에 판매되는 많은 목공용 접착제들은 폴리비닐 아세테이트(PVA, Poly Vinyl Acetate)를 주성분으로 한다. 이름은 화학 실험실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거창하지만 무독성에 무취인 데다 접착력도 강해서, 목공뿐 아니라 어린이들의 종이공작, 직물 등에 두루 사용된다. 다양한 제조사와 종류가 있는데, 식품 접촉에도 안전하다는 FDA 인증 제품군도 있어 공방에서 안심하고 사용 중이다. PVA 외에도 폴리우레탄이나 에폭시 기반의 접착제도 있다. 일부 제작소나 장인은 고가구를 복원하거나 악기, 활 따위를 전통 방식으로 만들기 위해 아교나 어교 등의 동물성 접착제 사용을 고수하기도 한다. 


접착제는 굳었을 때 투명해지는 것도 있고 불투명한 색을 띠는 제품도 있다. 종류에 따라 물에 견디는 정도나 경화에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대체로 수용성인 목공용 접착제는 완전히 굳은 이후에도 물에 약한 경향을 보인다. 그러므로 외부 설치 작업물이나 엔드그레인 도마와 같이 수분 접촉이 빈번한 제품의 경우 내수성이 강한 제품 사용을 권장한다. 접착력을 최대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맞붙는 면 양쪽 전체에 얇고 고르게 펴 발라서 목재 섬유질에 접착제가 충분히 스며들어야 한다. 도포면의 면적에 따라 붓이나 롤러 등을 사용하는데, 큰 가구를 혼자 만들 때 여유를 부리다가는 먼저 접착제를 바르기 시작한 부분이 조립을 하기도 전에 말라버린다. 따라서 큰 프로젝트의 조립 단계에서는 작업시간을 미리 계산해서 빠르게 작업하거나, 작은 결합 단위로 나누어 단계별로 진행하거나, 아예 경화시간이 긴 제품을 사용하는 등의 수단을 미리 강구해야 한다. 널찍한 면에 목공풀을 고르게 도포하고 제 위치를 잡아 목재를 고정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공방에서 주로 사용하는 목공풀들




접착 시 주의사항


접착제로 부재를 맞붙인 뒤에는 조금씩 움직여 위치를 바로잡을 짧은 기회가 주어진다. 특히 면과 면을 연결하는 집성 작업을 할 때는 연결부위가 미끄러지듯 살짝 어긋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빠르게 단차를 없애줘야 한다. 


정확한 위치를 잡았다면 접착제가 완전히 경화될 때까지 움직이지 않게 클램프로 단단히 고정한다. 클램프는 두 개 이상의 부재를 강한 힘으로 쥐어 고정시키는 도구인데, 단단히 조이면 샌드위치 사이 잼처럼 발라놓은 접착제가 자연스럽게 밀려 삐져나온다. 이때 꾸덕해진 접착제를 뜯거나 긁어내기도 하고, 조립 전에 마스킹 테이프로 연결부위를 보호한 뒤 함께 뜯어내기도 한다. 접착제가 묻은 부위는 겉으로 잘 표시가 나지 않지만, 완성 후 마감을 할 때 그 부분만 마감재가 스며들지 않아 보기 싫은 얼룩을 남긴다. 그렇기에 물에 적신 천 등으로 박박 닦아 꼼꼼하게 제거해야 한다. 


제대로 접착제를 사용했다면 상당한 강도의 결합력을 보여준다. 단순히 목재의 표면에서 접착제가 굳는 게 아니라, 목재에 충분히 스며들어 섬유질끼리 견고한 물리적 결합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연결 부위에 큰 충격을 가했을 때 접착제로 붙인 부분은 멀쩡하고 다른 부분이 먼저 깨져버릴 정도다. 


클램프 보관 선반




못과 나사못


못을 이용하면 즉각적으로 목재를 연결할 수 있다. 일반 못을 망치로 두드리거나, 나사못을 드라이버로 조여 박아 넣는다. 압축된 공기로 바늘 모양의 금속 핀을 발사해서 목재를 고정하는 타카도 못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나사는 목재를 파고드는 나사산 덕분에 어지간한 힘으로는 뽑힐 염려 없이 튼튼하게 부재를 결합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박다가는 나무가 쪼개질 위험이 있다. 쐐기 모양의 나사가 나무를 강한 힘으로 파고들다 보면 나무의 결을 따라 어느새 쩍, 하고 갈라져버린다. 나무의 경도, 나사못이 박힐 부위 등을 고려해서 어떤 길이의 나사못을 어느 정도의 힘으로 조일지 결정해야 한다. 못이 들어갈 곳에 작은 예비구멍을 미리 뚫어 놓으면 나사못을 박을 때 나무가 쪼개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나사 머리 형태는 접시머리, 둥근머리, 육각, 트러스 등 여러 가지다. 드라이버 규격도 흔히 떠올리는 일자, 십자뿐 아니라 사각, 육각, 별모양 등 다양하다. 가구에 난 못자국이 보기 싫다면 나사못을 깊게 박은 뒤, 남아있는 구멍을 같은 지름의 나무핀으로 막아 감추기도 한다. 다양한 재질과 디자인의 나사못을 의도적으로 노출해서 장식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황동 재질의 카운터싱크 와셔와 슬롯 나사




장부결합


장부를 사용한 짜맞춤은 전통적으로 선호되는 결합 방식이다. 한 부재의 끝부분을 다른 부재의 홈에 요철처럼 끼워 맞추는 기술이다. 딱 들어맞게 끼워 넣는 동시에 서로 접촉하는 면적을 넓혀 더욱 강한 결합을 유지한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결구 부위에 접착제만을 사용하거나, 경우에 따라 드물게는 접착제도 사용하지 않고 결구만으로 결합하기도 한다. 맞춤 방식은 워낙 다양하고, 그에 따라 결합되는 강도와 겉으로 보이는 모양,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수고나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다. 단순히 두 부재의 돌기와 홈을 결합하기도 하고, 때로는 쪽매나 쐐기 등을 이용해서 추가적인 강도와 미관을 추구하기도 한다. 짜맞춤이라고 하면 전통가구나 고급가구에 국한되는 기법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데, 목적에 따라 적재적소에 사용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를 들어 12mm 정도의 얇은 합판으로 날렵한 느낌의 가벼운 가구를 만들고자 할 때, 나사못을 박기에는 너무 얇아 쪼개질 위험이 있고 접착제만으로는 충분한 강도를 보장하기 힘들다. 이때 연결부위에 숨은장부 구조를 넣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번거롭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장부 구조는 헐겁거나 너무 빡빡하지 않은 적절한 결합이 중요하다. 나무망치로 조금씩 때려서 끝까지 밀어 넣었을 때, 손으로 빠지지 않고 결합을 유지하는 정도가 가장 만족스럽다. 결합부위에 빈 공간이 없게 딱 들어맞아야 사용 과정에서 헐거워지지 않는다. 약간의 틈이라도 있으면 하중을 받았을 때 거기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는 경험을 통해 단련할 수밖에 없다. 정확히 같은 규격이라도 여름에 만들 때와 겨울에 만들 때 들어맞는 정도가 다르다. 


정교하게 장부를 설계하고 가공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이다. 끌과 톱으로 장부를 깎아내는 것은 작업 자체가 주는 재미와는 별개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하드우드 재료비의 상당한 비중과 함께, 원목가구의 높은 가격은 주로 이 과정에서 기인한다. 테이블쏘나 각끌기와 같은 기계로 장부를 가공하기도 하지만, 결국 마무리는 수공구의 몫이다. 


장부결합 방식을 흉내 내서 구현하는 전용 기계도 있다. 두 부재가 결합하는 부위에 슬롯 모양의 구멍을 내고, 거기에 딱 들어맞는 나무핀을 끼워서 연결하는 도미노 방식이 가장 유명하다. 어떤 기계는 비스킷이라고 불리는 납작한 타원형의 핀을 사용하기도 한다. 짜맞춤 방식은 부재의 외관 설계 치수보다 장부의 길이만큼 더 길게 재단한 뒤 추가 가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전용 기계는 외관 치수에 맞게 정재단한 목재에 규격화된 홈을 파고, 거기에 나무핀을 끼워 장부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도면에 맞게 일단 정재단하면 된다는 간편함이 있다. 원하는 결합 강도에 맞게 핀의 두께나 길이, 개수를 조정하는 과정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쉽다. 


관통장부에 쐐기를 박아 고정했다(Through Wedged Tenon Joint)




금속 하드웨어


이 외에도 부재끼리 연결하기 위한 다양한 철물이 있다. 조립과 분해를 간편하게 반복할 수 있는 조립식 연결 부품도 있고, 테이블 등의 상판을 연결할 때 목재의 수축팽창에 대비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움직임을 허용하면서 단단히 고정해 주는 전용 철물도 있다. 노브를 손으로 돌려서 고정하거나, 접었다 펴거나, 360도로 회전하거나, 문짝을 특정 각도로 열리게 하는 등 종류와 사용 방식은 무궁무진하다. 어떤 것들은 매우 장식적이고, 어떤 것들은 특수한 용도에 딱 들어맞는다. 철물 하드웨어는 특정 기능을 부여하기 위한 복잡한 설계과정을 한번에 단순화해주기도 하고, 고급스러운 재질과 모양으로 완성된 가구에 기품을 더하기도 한다. 


사용빈도가 잦은 철물은 언제든지 필요할 때 바로 꺼내 쓸 수 있게 종류별로 정리해 두었다. 이와는 별개로 작업실 한쪽의 캐비닛은 사금파리를 모으는 까마귀 둥지처럼 당장 필요하지 않거나, 앞으로 쓸 일이 없을 것 같은 금속 부품들로 가득하다. 


내가 만드는 가구에 기능과 기품을 한 단계 더해줄 하드웨어를 찾아 국내외 상점들을 뒤적거리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 그러나 내 생각과 딱 맞아떨어지는 부품을 끝내 발견했을 때의 희열은 비견할 만한 것이 없다. 이때 신기하거나 예쁜, 또는 한 번 사용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철물이 눈에 들어오면 고민 없이 함께 구매한다. 제품 설명 페이지의 사진이나 도면만으로 상상하는 것과 내 손 안에서 움직여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원래 용도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응용할 수도 있다. 잘 만들어진 하드웨어의 메커니즘은 그 자체만으로도 공학적인 아름다움을 내뿜는다. 이 반짝이는 조그만 쇠붙이들의 가능성은 여느 보석이 부럽지 않다. 


하드웨어 보관함




완성은 아직 이르다


결합과 조립은 부품들로 파편화되어 떠다니던 나의 구상이 가구의 모양새를 그럴듯하게 갖추는 단계다. 제재된 나무 덩어리들이 톱밥과 기계음 속에 뒹굴다 눈앞에 가구로서 현현하는 첫 장면이다. 이제 나무는 불투명한 상태로 부유하던 유생 시절을 지나 어떤 역할과 가치를 이어나가게 될지 명확한 노선에 선다. 어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기둥을 세우고 가지를 뻗게 된다. 순전히 제작자의 설계와 기술에 따라 이 운명은 결정되기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원하는 강도와 기능에 따라 다양한 결합 방식을 구상하고, 실행한다. 모양이 잡혀가기 시작하면 자칫 다 왔다는 생각에 불필요하게 서두르기도 쉽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무가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더 오래 서 있기 위해서는 제작자의 인내가 조금 필요하다. 목공풀이 완전히 굳고 최대강도에 달하는 데는 꼬박 하루가 걸린다. 설계에 따라 일부 부품을 먼저 결합한 뒤 순차적으로 조립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조립된 상태에서 손이 들어가지 않는 좁은 공간에는 미리 색을 입히거나 마감을 해 두어야 한다. 이 때는 몇 차례에 나누어 조립과 부분 마감을 번갈아 진행하게 되므로 하루이틀로는 끝나지 않는다. 빠듯한 납기가 정해져 있는 경우 나사못을 적재적소에 사용함으로써 접착제가 굳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정도는 절약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조건을 전체적으로 감안해서 최적의 결합 방식을 선택한다. 


조립까지 마친 가구에서 조여놨던 클램프를 하나씩 풀어낸다. 삐져나와 굳은 접착제를 흠집이 나지 않게 제거해 주고, 연결부위를 중심으로 마지막 사포질을 해 준다. 맨손으로 구석구석 꼼꼼하게 살피며 전체적인 완성도를 점검한다. 이제 마감작업이 남는다. 


클램프를 조여 접착제가 굳을 때까지 고정시켜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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