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편의 Tip 9.
“아내는 남편에게 어떤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을까?”
장맛비가 쏟아지는 오후, 창 밖을 멍 때리고 있는데 이 질문이 문득 떠 올랐습니다. 제 아내의 답에 앞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알고 싶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까 의외로 많은 글에서 제가 예상했던 말보다 다른 말들이 더 상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날 저녁때 아내에게 물어봤습니다. 아내가 어떤 말을 할지 궁금했거든요. 이에 아내는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웃으며 말했습니다.
“없는데?”
아내의 대답을 듣고 제가 이상한 표정으로 처다 보니까 아내는 정말로 없다고 진지하게 말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왜 없냐고’고 다시 물으니까 제가 평소에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다 해 준답니다. 저는 아내가 남편에게 별로 듣고 싶은 말이 없는 줄 알고 잠시 오해를 했는데 그런 게 아니어서 참 다행인 거죠.
차를 마시면서 아내에게 이 질문을 하게 된 이유를 차근차근 말해 주었습니다. 이에 아내는 자신의 경우 남편이 ‘자신을 인정해 주는 말’이나, ‘격려해 주는 동기부여의 말’을 들을 때 가장 듣기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연 설명을 이어 말했습니다. ‘사랑해’나, ‘고마워’ 같은 말은 기본 사양이라고요.
아하! 아내의 말이 옳습니다.
아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은 기본 사양 위에 항상 추가되어야 합니다. 게다가 이것은 남편의 센스 문제이지 문법이나 화법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보통 어떤 것을 가장 좋은 지 고르라고 말하면 특정한 것 중에 대게 한 가지만 고릅니다. 이것은 질문에 포함된 ‘가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최상급의 느낌이 강조된 표현 때문에 그렇게 선택하는 겁니다. 하지만 사람의 성향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가장’에 해당되는 것이 두 가지일 수도 있고 혹은 여러 가지일 수도 있습니다. 꼭 한 가지만 가장 좋아하라는 법은 없다는 말입니다. 저 역시 가장 좋은 것 중에 한 가지만 고르라는 질문을 받으면 꼭 반문합니다. “두 가지 이상 고르면 안 되는지요?”
남편들은 아내들이 말하는 ‘가장’에는 ‘여러 가지’ 뜻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먼저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건 이해할 문제가 아니고 수학 공식처럼 그냥 외우고 있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 문제를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화장하던 아내가 갑자기 남편에게 묻습니다. “여보, 나 어디가 가장 예뻐?” 이때 센스 있는 남편들은 아내 얼굴의 눈, 코, 입, 피부, 헤어스타일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다 예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센스가 없는 남편들은 아내와 평화를 위해 예의상 ‘그냥 다 예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내에게 무관심하거나 무뚝뚝한 남편들은 아내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거나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냐’는 등 핀잔 놓기 일 수입니다.
이처럼 같은 질문에 다양한 답변이 나오는 것은 남편의 센스 문제지, 화법 문제는 아닙니다. 더욱이 조금 전 질문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의 실체는 남편의 사랑이 담긴 ‘관심’이기 때문에 남편의 따뜻한 사랑이 담긴 말이라면 그 어떤 말도 가장 좋은 답이 되는 겁니다.
근래에 기혼여성들을 만나서 남편에게 듣고 싶은 말을 물어보고 내용을 정리해 보니 다음과 같이 분류되었습니다.
첫째, ‘고마워, 수고했어, 덕분이야, 힘들지, 걱정하지 마’ 같은 인정과 공감의 표현
둘째, ‘당신이 최고야, 당신도 할 수 있어’ 같은 응원과 격려의 표현
셋째, ‘정말 예뻐, 섹시해, 귀여워, 역시 아름다워’ 같은 손발이 오그라지는 표현
넷째, ‘여보 사랑해! 정말 행복해!’ 같은 고객과 결혼에 대한 만족의 표현
이 분류들의 내용을 천천히 훑어보면서 느낀 것은 제가 세상 모든 아내들을 만나지 않았어도, ‘남편에게 듣고 싶은 말은 다 들어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가 던진 질문을 다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는데, ‘왜 아내들은 남편에게 이런 말을 듣고 싶어 할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다행히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제 아내가 한 말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앞서 제 아내는 남편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에 대한 답을 ‘없다’고 했습니다. 이 말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이것은 남편인 저에게는 큰 칭찬이고, 제가 아내의 행복함에 기여한 다는 방증이었습니다. 만약에 아내가 저에게 이런 이야기도 듣고 싶고, 저런 이야기도 듣고 싶다고 줄줄 말했다면 저는 그동안 아내의 마음은 돌보지 않고 자기중심적인 결혼생활을 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즉, 이 말은 결혼생활 동안 제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살았다는 게 됩니다.
이것은 결혼생활에서 남편과 아내의 양방향 소통이 아인 일방통행 화법으로 살았다는 것이고 일시적인 기간에는 허용될지 몰라도 나중엔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글을 쓰면서 새삼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네요.
결혼생활에서 말은 정말 중요합니다. 부부가 소통을 하려면 말은 꼭 필요합니다. 남편과 아내는 각각 하고 싶은 말이 있고, 듣고 싶은 말이 있을 겁니다. 부부 사이에 이것을 인지하고 대화하면 말다툼이 생기는 비율은 확 줄어 들 겁니다. 그 이유는 남편이 아내에게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남편이 아내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자연스럽게 존중과 사랑이 담긴 말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말은 결혼생활 중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사용됩니다. 만약 남편의 말이 아내를 격려하고, 위로하고, 칭찬하는 힘이 되어 준다면, 그 말은 결혼생활 중에 핀 아내의 웃음꽃을 저물지 않게 할 것입니다.
말을 할 때는 단어를 잘 선택해야 하고, 여행할 때는 요일을 잘 골라야 하는 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