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그 위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정말 맑은 푸른색은 눈을 시리게 한다. 눈이 시리다는 것은 문학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 몸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멋진 풍광을 ‘한 폭의 그림’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현대의 난해하고, 어쩌면 추하고, 거부감까지 들게 하는 현대미술을 떠올린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표현일 것이다.
종교화, 역사화, 인물화의 시대를 넘어 풍경화가 하나의 장르로 대두되는 것은 자본주의의 탄생과 궤를 같이한다. 떠오르는 부르주아 계급은 그들의 선배인, 귀족들의 품위 넘치던 거실을 동경하였고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그들의 근대적인 집을 장식할 만한 새로운 형태의 회화를 추구하게 되었다. 직접 화가를 후원하는 형태로, 또는 그 시기 팽창해 가던 미술 중개상을 이용하여 그들의 욕망을 충족해 나가게 되었다. 이때 그들의 입맛에 딱 맞은 것이 풍경화였던 것이다. 홀란드를 필두로 영국에서 또 점차 프랑스로 풍경화는 미술 사조의 핵심적인 장르로 점점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즉, 멋진 풍경을 한 폭의 그림에 비유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부르주아의 탄생 이후에 생긴 말로써,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관용적인 표현으로 굳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