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駐在에 대하여 1

주재생활 15년 동안 지켜가고자 노력했던 세가지 관점

by YT

1.

주재원은 본사로부터 부여 받은 목적을 다른 나라에서 실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업무에 있어 현지와 본사의 중간적인 위치에 놓인 존재다. 여기서 본사에서 ‘부여 받은 목표’라 굳이 이야기 했지만, 사실 그 목표는 막연하다. 그래도 목표를 적어본다면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이익추구’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간자라는 면에서 주재원은 많이 들어야 한다. 주재원의 앞에는 수십, 수백, 수천년 동안 형성된 다른 사회, 문화의 시스템이 저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문화 시스템을 한번에 아는 것은 불가능하고, 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다루는 현지인들의 뉘앙스를 익히는 것은 몇 년, 몇 십년, 혹은 평생을 살아도 불가능한 것일지 모른다. 현지인에 대한 존중의 느낌으로 많이 들었을 때, 그나마 범할지 모르는 오류와 시행착오를 줄여갈 수 있다.

하지만, 마냥 듣고 있을 필요는 또 없다. 현지인들에게 들은 대로, 그들의 의견대로 만 시행한다면, 주재원의 존재 가치가 없어진다. 모든 일에는 다른 사회와 문화를 가로지르는 상식, 보편적인 경향성등이 존재한다. 즉 현지의 특수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범 세계적인 일반적인 상식에 근거한 보편성 역시 해당 국가의 사회와 문화를 짜는 씨줄과 날줄이 되는 것이다. 이런 보편성은 현지인들의 특수성 주장의 안티테제가 된다. 가끔 현지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현지 직원들의 과한 주장을 접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일반성/보편성에 입각하여 수정해 주어야하는 것이 주재원의 역할이다.

이런 현지의 특수성과 인간 사회의 일반성의 직조에서 주재원은 또 하나의 축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주재원 국가의 특수성이다. 일반 상식과 현지의 특수성에만 기반하면, 기타 현지 업체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회사에 머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에겐 우리나라에서 성공했던 성공에 대한 방정식이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 잘 working하는 시스템, 프로세스를 알고 있다. 이것을 현지에 주입하고, 안정화 시키는 것이 주재원의 적극적인 역할이다. 아마도 해외에서의 성공은 이 부분에서 나오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을 이식하고, 정착시키고, 끌고 나가는 것이 현지에 파견된 주재원의 역할이다. .

2.

현지인과의 의사소통에서 주재원(거점장)이 경계해야할 부분이 일방적인 지시다. 대개의 경우 주재원은 현지직원보다 직제 상 위에 있기 때문에 업무지시를 자주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충분히 현지직원들과 소통해 주어야 한다. 한국에서처럼 말 한마디로 업무 지시가 잘 이행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업무적인 소통에서 사회/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이해의 정도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보다 정보의 양과 질의 차이가 소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다. 주재원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본사 및 광고주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로부터 획득한 전반적인 정보로, 본사와 광고주 높은 사람을 접할 기회가 적은 현지직원들의 정보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정보의 양과 질의 불균형 상태에서 내려지는 업무 지시는 필시 혼란을 키우고, 원망을 생산 할 수 밖에 없다. 가끔 주재원은 ‘왜 현지인들은 내 말을 못 들어 먹을까?’ 라며 푸념과 불만을 이야기하는데, 그런 소통 부재는 주재원의 잘못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지인들과 업무 소통에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충분히, ‘업무 지시의 배경’에 대한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본사의 지시 및 한국인 광고주의 말 한마디 의뢰는 우리는 쉽게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지만, 현지 직원들에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왜 내가 이런 업무지시를 하는지, 그런 업무 지시는 어떤 효과를 노리고 하는지, 충분히 직원들과 공유되어야 한다. 특히 큰 그림에서 그러하다. 현지직원들에겐 정보의 제약으로 인해서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할 경우가 많다. 주재원 머리 속의 큰 그림은 직원들에게 충분히 설명될 때 같은 목표를 지향하며, 성공적인 실행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3.

칸트의 저 유명한 선언과 같이 ‘현지 직원을 목적으로 대하라’ 현지 직원을 상대로 전략을 펴고, 그들을 대상, 수단으로 보는 시각은 지양되어야 한다. 가끔 주재원의 우월의식에서 현지 직원들을 자신의 목적에 따라 이리저리 굴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는 절대로 한 팀이 될 수 없다. 현지의 회사는 본사의 지점이기도 하지만, 독립된 하나의 영업조직으로 하나의 완전한 팀이 되어야 한다. 주재원 역시, 그 속에 녹아 들어갈 때, 진정한 조직의 힘이 생길 수 있다.

가끔 우스개 소리로 ‘혼이 있는 구라’를 편다고 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혼이 있어도 구라는 구라, 즉 직원이 수단임을 전제하고 말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당신의 말은 진정성, 진심을 담아야 한다. 모든 배경지식과 정보를 직원들과 공유하고, 자신의 의사 소통에 진심을 담을 때, 자신의 의도와 생각은 현지직원들에게 스며들어 갈 수 있다.

당신의 말에 진심을 담아야 하기에 당신은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현지 직원들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진심이 직원들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직원들과 높은 숫자 목표를 공유하면서, 자신은 경비를 마구 사용한다면 절대로 진심은 전달될 수 없다. 자신이 직원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 직원들도 주재원(거점장)의 눈치를 보지만, 주재원 역시 보고 있는 직원들의 눈의 무서움을 알아야하고, 직원들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그래야 당신의 진정성이 온전히 현지직원들에게 전달 가능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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