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 열풍인 시대다. 새벽 기상을 하고, 자기 관리를 하면서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 특히, 코로나 이후 급변하는 흐름을 읽지 못하고 따라가지 못하면 또다시 '낙오자'라는 잿빛 점표가 붙을 것만 같아 불안하다. 그래서 나도 새벽 기상을 하고 자기 계발서를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충분히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고, 책들은 나에게 동기부여를 하게 해 주었다. 남들 자는 시간에 눈을 뜨고 열심히 사는 것에 대한 의미부여가 되었다.
어느 순간 숨이 막혔다. (책을 쓴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그 말이 그 말이다. 이제 더 이상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열심히 뭔가를 하는데 더 불안해지는 이 기분은 뭐지? 세상엔 나보다 더 열정적인 사람이 많기만 해서 내 열정으론 그 열정을 따라가기가 너무 숨차고 열등감만 커져갔다.
천천히 숨 고르며 살고 싶었다. 숨통을 조여 오는 타이트한 자기 관리보다는 여유 있는 내공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좀 들여다보면서 살고 싶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생각하면서 살고 싶어졌다.
요즘은 그냥 좀 평온한 사람이고 싶다. 온화한 사람이고 싶다. 접근하기 어렵게 뜨거운 열정을 가진 사람이기보다 포근해서 옆에 가고 싶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요즘 '빨간 머리 앤'을 읽고,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읽는다. '키다리 아저씨'도...
(물리적 ) 시계의 바늘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60진법으로 가고 있다.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
그런데 나의 시곗바늘은 1시간은 90분, 1분은 90초로 충분히 여유 있게 서서히 가는 90진법 시계로 설정해놓고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