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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 Feb 15. 2022

마흔 네 살 들어 내 방을  갖게 되었다.




한성옥 작가님의 책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스물 일곱에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다가
마흔 들어 내 방을 갖게 되었어요.

    이 책을 처음 알게된 2018년은 내 나이가  마흔 들어서는 시점이었는데 나는 그때까지도 내 방이 없었다.

내 방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온전한 내 책상 하나만 있어도 좋겠다 싶었다.



서른에 결혼을 했다. 남편이 말단 공무원이던 시절 혼자 자취하고 있던 30년 넘은 13평 주공아파트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방 2개에  주방 하나인 구조 . 큰방은 거실처럼 쓰고 작은 방은 안방으로 썼다. 13평인데 큰방이 얼마나 클것이며 작은 방은 퀸사이즈 침대 하나 들어가면 끝나는 크기였다. 주방에 2인용 식탁을 들여놓고 밥먹을 때 식탁, 책 볼 땐 책상으로 그렇게 살았다.


서른 둘에 첫아이를 낳기 한 달 전 21평 임대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임대지만 새아파트라는 사실만으로 좋았다. 21평이니 방은 두 개 거실과 바로 이어지는 주방, 8평 넓어졌다고 방이 크게 느껴졌다. 작은 방은 무조건 내 서재로 만들고 싶었다. 책상을 들여놓고 내 책을 놓고 나니 제법 그럴싸했지만, 한달 후 아기를 낳았으니 서재 구실을 할리 만무했다.


서른 넷 남편의 새로운 발령지를 따라 온 도시에 신축빌라에 들어갔다. 신축이고 복층이라는 독특한 구조 28평이나 되니 방은 큼직큼직하다. 위층에 큰 방 하나 화장실 하나,  아래층에 방 하나 화장실 하나 거실 겸 주방, 그런 구조이니  내 방을 만들수 없는 구조이다. 그 사이 애가 둘이 되어 하나는  아장아장 걷고 하나는 내 젖을 먹으니 또다시 내 방은 없고 그냥 다 같이 합숙!


내 나이 마흔 둘 들어서 34평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방이 세 개나 되고 거실도 크고 참 좋다. 그 사이 자란 두 딸은 각각 방 하나씩을 꽤차고 자기 서랍과 책상 노래를 부르던 남편은 안방에 딸린 파우더룸을 다 뜯어내고 고쳐서 자기 책상을 짜 넣었다. 그렇게 자기 공간을 하나씩 차지해도 나는 좋았다. 이렇게나 큰 집에 나도 살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 불만도 없었다.


그런데 자꾸만 내 책이 거실테이블에 쌓여가고 또 다시 식탁에 앉아서 노트북을 두드리는 나를 보니.. 안되겠다 싶다. 더 미루면 안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내 서재를 만들었다.


확장된 거실 한켠, 가벽 뒤에 자투리 공간! 여기면 족하다. 작은 책상과 의자를 주문해서 놓고 트롤리에 책을 정리해 담았다. 그럴싸하다 마침 화이트쉬폰커튼만 걷으면 숲이 보이는 곳이니 이보다 좋은 내방이 없다.




서른에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다가

마흔 넷 들어 내 방을 갖게 되었어요.



경치 좋고

볕 잘드는

나의 18층 아파트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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