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에 상처받는 엄마라는 존재

엄마들이 불안한 이유 3.

by 김혜주 비올라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어느 날이었다. 아들은 하교 후, 집안을 쓰윽 둘러보고 나서 말했다.


"엄마, 나 학교 가서 공부하는 동안 집에서 뭐했어? 엄마, 나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어. 왜? 나는 학생이잖아. 그러니 열심히 학교에서는 공부해야 하지? 그래서 나는 열심히 공부하고 왔어. 엄마는 내가 학교 간 동안에, 집에서 설거지해놓고 청소해놓고 간식도 좀 만들어 놓고 분리수거도 미리 해 놓았으면 좋겠어. 알겠지? 내일은 내가 학교 간 동안 놀지 말고, 엄마 할 일을 다 해놔야 해!! 엄마 약속해!" 당당한 표정으로, 또박또박. 어미 눈을 똑바로 보면서!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말이다. 나의 아들이 어느새 다 커서 저렇게 자기 생각을 잘 말한다고 뿌듯해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사소한 아이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 나도 한때 잘 나가던 직장인이었는데, 아들이 도저히 기관에 적응을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두었는데, 내가 지금 아들에게 이런 말을 들어야 하다니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는 ‘내가 아들을 잘못 키웠나?’ 아니면 ‘직장을 다시 나가야 하나?’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무늬만 어른인 나는 어린 아들의 사소한 말에도 자존감이 바닥으로 내려가는 엄마였다.


아들뿐이랴. 남편이 던지는 사소한 말에도 눈물이 울컥 나오기도 했다.


“운동 좀 하지? 다리도 짧은데 이제 배까지 불룩 나와서 엄청 웃겨 보여. 둘째 임신한 거는 아니지?”


남편이 웃자고 농담처럼 하는 말에 진지하게 거울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자꾸 보니 정말 다리가 짧아 보이고 배도 많이 나와 보였다. 거울을 보면 볼수록 내 외모에 자신감이 계속 떨어졌다.


남편의 농담은 외모에서 끝나지 않았다. 아들에게 영어 노출을 해주겠다고 같이 영어노래를 틀어놓고 따라 부르면, 남편은 “엄마가 영어를 못하면서 그 안 좋은 발음으로 아이 영어를 오히려 망치는 거 아니야?” 라며 크게 들리는 혼잣말을 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도 되었을 텐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불안하고 흔들렸다.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아들의 생물학적, 법적인 저 아빠라는 존재가, 내 편이 아니라, 남의 편인 것 같은 느낌에 계속 상처를 받았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나보다 먼저 육아를 한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나에겐 상처의 시간이었다. 유치원에 안 다니는 아이들이 없는 요즘의 시대. 엄마와 단둘이서 7세까지 가정보육을 했던 나의 양육. 먼저 아이들을 잘 키워낸 친구들은 만날 때마다 걱정을 쏟아냈다. 그렇게 엄마가 너무 다 받아주면서 끼고 키우면 초등학교에 적응 못한다고. 놀이학교라도 보내라고. 엄마의 시간도 필요하다고. 만날 때마다 충고와 조언을 가득 들었다.


당시에 나는 딱히 나의 교육관이라는 게 없었다. 그저 아이가 낯선 환경을 너무 싫어하니,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그러나 친구들을 만나고 나면, 내가 너무 무책임한 엄마다 되는 기분이 들었다. 억지로라도 기관에 보내야 하는 건지, 내가 정말 아이의 사회성을 망치고 있는 건지 불안해졌다.


이 시기에는 이웃사람들을 만나는 것조차 두려웠다. 엘리베이터라도 같이 타게 되면 이웃이라는 이유로 꼭 물어보았다. “낮에 왜 유치원을 안 가고 있니?” 유치원을 안 다닌다고 하면 어찌나 놀라시는지. 나도 민망한데, 아이도 당황한다.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유치원을 꼭 가야 하는 건가? 이럴 때마다 나는 또 흔들렸다.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사람들의 사소한 한마디 말들에 상처를 받게 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말에 상처받지 않는 자존감 높은 엄마들도 많겠지. 나는 엄마가 되면서 자존감이 사라졌다.)


그런 상처들이 모이고 모여서, 남들과 다르면 불안해진다. 그 엄마의 불안은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들은 내 아이에게도 시켜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른 아이들이 영어유치원을 간다고? 우리 아이도 영어유치원을 가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하게 만든다. 모두 학원에서 수학 선행을 한다는데, 그럼 우리 아이만 뒤처질 수 없으니 과외라도 시켜야 하는 거 아닐까?


엄마인 자신의 일이 아니라, 아이의 일로 상처받는다. 내가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여, 혹시나 내 아이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할 까 봐 불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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