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러 가신 엄마 아빠가 늦도록 오시지 않았다.
큰언니는 독서실에 갔는지 없고..
둘째 언니와 난 달콤한 초콜릿이 먹고 싶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둘째 언니는 과감하다.
행동파 언니를 따라 동네 구멍가게로 갔다.
당당하게 가나 초콜릿 두 개를 들고 언니는 외쳤다.
"아줌마, 이거 외상이요!~~"
언니가 조금 멋있어 보였다.
졸졸졸 따라다니며 심부름 몇 개 하고 나도 초콜릿을 먹을 수 있었다.
맛있고 행복했다.
말 한마디로 이렇게 쉽게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니 신기했다.
하지만 엄마 아빠가 도착하신 후 좀 전 달콤했던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 혼이 났다.
국민학생 밖에 안 된 어린애들이 감히 외상이란 걸 했다는 이유로.
돈이 없으면 먹지 말아야지 어디 감히..
평소엔 하루 세 마디도 안 하시는 아빠지만 한 번 화가 나면 쳐다볼 수도 없을 만큼 무서운 아빠.
잠깐 멋져 보였던 둘째 언니는 완전 진상이 되었고 가나 초콜릿은 지금까지 돈 주고는 사 먹지 않는 군것질 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일 후로 나는 또 성장했다.
남의 물건에 손을 대 본 적도 없고 내 능력을 넘어서는 것에 대해 지나친 욕심을 부려 본 적도 없다.
갖고 싶으면 노력했다.
쉽게 얻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이룬 것에 더 감동했고 감사했다.
내 삶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아빠의 올곧은 흔적들...
늘 감사하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