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안 보고 시집간다는 셋째 딸.
동네 어르신들은 말씀하셨다.
이 집 셋째 딸은 정말 얼굴을 안 봐야 시집간다고..
그런 내가 누굴 닮았는지 몰랐다.
옛말처럼 다리 밑에서 주워왔나 하는 생각도 여러 번.
그런데 아빠가 편찮으시면서 참말로 다행이게 아빠 딸이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다.
하지 마비로 누워 계신 아빠 발톱을 깎아 드리면서 평생 나를 애먹인 내성발톱이 아빠랑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왼쪽 엄지발톱.
시술을 세 번이나 했는데도 낫질 않고 파고드는 내성발톱이 울 아빠랑 똑같다니.
아빤 엄마에겐 절대로 발톱을 맡기지 않으셨다.
난 아빠 발톱 전담사가 되었다.
그리고 40대 중반까지도 수술을 고민했던 내 코.
고추를 펴 말려도 되겠다던 넓디넓은 내 콧망울.
병실에 누워계신 아빠 얼굴을 오래오래 보면서 나랑 똑 닮은 콧망울을 발견했다.
못생긴 엄마 코를 닮은 줄 알았는데 아빠를 더 쏙 빼닮았다.
그때 결심했다.
아빠가 남겨주신, 아빠를 닮은 코. 수술하지 않기로.
그리고 유일하게 내 얼굴 중 이쁜 곳. 겉눈썹.
짙고 풍성한 눈썹.
늘 비교당한 언니들보다 월등히 이쁜 눈썹.
아빠 눈썹은 큰 가위로 자를 만큼 짙고 풍성했다.
나랑 똑 닮았다.
또 아빠가 좋아하는 과자 빠다코코넛과 땅콩강정.
내가 좋아하는 걸 보고 엄마가 눈물을 글썽이셨다. 신기하다고.
아빠가 병실에서 과자를 드시는 모습도 귀엽고 그 많은 과자 중에 좋아하는 과자가 같다는 건 아주 기분 좋은 일이었다.
또 있다. 아빠와 나의 닮은 점.
늘 건조하고 가려운 피부.
맨날 피부연고와 로션을 달고 살아야 한다. 병실에 계신 동안 수도 없이 발라 드린 로션.
"우리 만수"하면서 코에도 바르고 얼굴에도 바르고 엉덩이도 발라 드린 로션.
주름지고 쭈글쭈글해진 피부에 로션을 처음 발라 드리면서 얼마나 울었던지...
3일 전에 보고 왔는데 또 보고 싶은 울 아빠.
아빠를 닮았다는 게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