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맹이 Jul 30. 2024

의료분쟁조정위원회

아빠가 ***병원에서 대동맥 수술 후 하지 마비가 되시고 의료소송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도 안 되고 한다 해도 승소할 확률도 낮았다.

우리 편에서 그것이 사고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게 현실이니 내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의료분쟁조정위원회를 거치는 것이었다.

3년 안에 조정 신청을 해야 하는데 고민만 하다가 3년이 흘렀다.

의사 선생님들이 일부러 아빠 다리를 마비시킨 게 아닐 텐데 그분들도 힘들게 수술하다 그렇게 된 걸 텐데 하는 생각에 차마 위원회에 중재접수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랬는데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만남이었을 그때..

돌아오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내가 아빠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는 느낌.

의사 선생님들에 대한 미안함 보다 움직이지 못하는 아빠에 대한 책임감이랄까?

서러움이랄까? 가여움이랄까? 안타까움이랄까?

뭔지 모르는 감정들이 올라왔다.

3년이 넘었지만 의료중재위원회에 다시 전화를 했다.

그동안 내가 남긴 상담 내역이 여러 번 있었다.

일단 접수해 보라고 했다.

필요한 서류를 준비했다.

병원에서 입원 기록지를 박스로 발급 발고 택배로 보내고 조정 절차를 거치고 서울로 가서 병원 측 변호사와 의료분쟁 조정 위원들을 만나고..

난생처음 해 본 경험들 앞에서 또 한 번 작아지는 나를 발견하고..

덜덜 떨면서 수술 전 하지 마비가 올 수도 있다는 설명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병원 측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대 학생들의 학회목적을 위해 비디오 촬영을 한다고 했는데 그 촬영을 위해 수술을 지연시켜 혈관에 혈액공급이 늦어진 거 아니냐고 항변했다.

눈물을 흘리면서 주눅이 든 상태로 목소리를 내는 나와 달리 상대편 변호사는 아주 당당했다.

그리고 말했다.

사망할 수도 있었는데 하지 마비면 그나마 다행인 거 아니냐고.

위로금으로 500만 원 주겠다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 얘길 들은 엄마가 말했다.

"단 한 번도 소리 질러 본 적 없다. 왜 이렇게 만들었냐고 한 번도 화 내 본 적 없다. 500만 원 안 받아도 되니 의사 멱살 한 번만 잡아봤으면 좋겠다"라며 죽을 사람 병신 만들어 놨으니 감사해라는 말이냐고 우셨다.

우리 식구 성질 더럽다는 소리 듣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여섯 식구 중 단 한 사람도 의사 앞에서 단 1초도 소리 한 번 크게 내지 못했다.

아빠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 달라고, 아빠가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하기만 했을 뿐.

소리 지르지 않은 대가일까?

우린 2000만 원을 받았다.

500만 원의 4배라 기뻐해야 하나?


아빠 다리 값 치고는 너무 저렴하지 않나?




이전 13화 너를 만나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