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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신저클레어 Aug 12. 2022

충분한 휴식이 왜 나에게는 사치스럽게 느껴질까

자기돌봄 방법 TREAT(트리트) #5

코로나와 퇴사로 자존감에 구멍이 났습니다.
단단한 마음을 가지려고 여러 도전을 했고요.
덕분에 자기돌봄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았습니다.
현재 <자기돌봄> 주제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이전 글 <트렌드를 이해하며 자기돌봄 챙기기 : 자기돌봄 방법 TREAT(트리트) #4>에 이어...

https://brunch.co.kr/@m-claire/44



지난 시간에는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이 왜 자기돌봄의 하나인지 알아보았다.

오늘은 제대로 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얘기하고 싶다.

달리 말해 제때 쉬는 행위를 얼마나 소홀히 여기고 있는지 말이다.


자기돌봄에 있어 충분한 휴식, 즉 Relax(릴랙스) 영역을 소개할 때마다 적잖은 어려움을 느낀다.

그걸 굳이 말로 해야 하냐는 청중들의 표정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들어봤자 뻔한 얘기일 테니 잠시 다른 일을 병행할까?' 하며 휴대폰을 보는 청중도 더러 보았다.


너무나 중요하지만 또 너무나 당연하여 삼척동자도 알만한 이 영역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아직도 과제다.

그래서 나는 충분한 휴식이 주는 이점에 대해 여러 사례로써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쉬어주는 행위를 실천하는 것은 성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느긋한 사람은 가끔 쉬어주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오히려 당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성격이 급하거나 중간에 끊기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목표치에 도달할 때까지 일부러 멈추지 않는다.


나는 지극히 후자의 성향이다.

한두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이 와도 중간에 끊기는 게 싫어 몇 시간씩 집중하다 결국 다 마치면 일어났다.

그렇게 쉬지 않고 진행하다가 나중에는 기절과 비슷한 쪽잠으로 버티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몸이 주는 제동의 여러 신호들을 대부분 무시하였다.

결국 면역 저하로 인한 시도 때도 없는 두드러기라는 고약한 놈을 만났다.


'김무리', 즉 김 씨 성을 가진 무리하는 인간이라는 별명도 얻었더랬다.

성취 욕구를 채우느라 몸의 건강을 버리기 일쑤였다.

호흡 곤란을 여러 번 느끼고서야 침대에 누워 잠시 멈추는 게 패턴이었다.

혹시 워커홀릭 성향이 있다면 이런 경험 한 번쯤은 겪었으리라.

실제로 과로사의 전조 증상이 호흡 곤란이라나 뭐라나...


여기서 잠깐, 나에게는 왜 이처럼 혹독할까?

남에게는 편히 쉬라는 말을 그렇게 잘하면서 나는 왜 나에게만큼은 그런 말을 아끼는 걸까?


kaboompics@pixabay


[재충전의 기회]


빌 게이츠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해마다 2주간의 휴가 기간을 갖는다고 한다.

그 바쁜 와중에도 꼭 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가끔 이런 경험을 해본 적 있는가?

그토록 떠오르지 않았던 기억이 멍~한 상태로 창밖을 바라보다 갑자기 떠오른다거나, 샤워할 때 생각이 너무나 정리가 잘 되어 펜과 노트를 가져와 주르륵 적고 싶을 때 말이다.


놀랍게도 지난 여러 세기를 거쳐 온 유명 수학자나 철학자, 과학자들 역시 연구할 때보다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가질 때, 혹은 긴장을 이완하며 쉴 때 아이디어가 번개처럼 떠올라 문제를 풀고 이론을 완성했다고 한다.


잘 놀고 잘 쉬어줘야 생각이 몰랑몰랑 유연해지고 창의적인 생각이 가능해진다.

고인 물을 버려야 새로운 물을 담을 수 있지 않은가.

쉬어주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이토록 생산적인 일이다.


열심히 일할 때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부분보다, 편안하게 쉴 때 잠재의식 속에서 파바박 떠오르는 창조적인 부분의 크기나 파워가 분명 더 크다는 뜻이다.


Pexels@pixabay


[적당한 수면 시간의 비밀]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새벽 기상의 생산성을 맛보려고 수면 시간을 아꼈더랬다.

아이들이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밤 11시가 가까운 시간이라 늦은 저녁을 챙겨주고 나면 새벽 12나 1시를 넘기기 쉽다.


그럼에도 미라클 모닝을 지키기 위해 새벽 4시 30분에 알람을 맞췄다.

하루 네댓 시간의 밤 수면, 그리고 가끔 짬이 허락되면 낮에 쪽잠 30분 정도가 전부였다.


밤에 4시간만이라도 질적으로 푹 자면 괜찮을 줄 알았지만 늘 졸린 눈과 피로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이런 루틴에 적응하려고만 했고 이를 멈추면 루저가 될 것만 같았다.

그만 푹 자고 난 날은 찜찜하기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랑이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기사 하나를 슬쩍 공유해줬다.

영국 캠브리지대와 중국 상해 푸단대 공동 연구팀이 밝힌 내용이다.


중년 이후 하루 7시간은 자야 뇌 인지 능력과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다.
수면 부족이나 수면 과다 모두 인지 기능에 손상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안증이나 우울증 위험이 커지며 삶의 질도 떨어진다.

-세계일보 2022-05-02 "하루 7시간 자야 뇌 인지 능력, 정신건강 지킬 수 있다" 중에서-


우습지만 이 기사 하나로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초라한 루저의 모습으로 새벽 기상을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나를 지키고자 하는 당당함으로 나에게 주어진 조건에 맞게 7시간 수면을 지키기로 했다.


덕분에 더할 나위 없는 자유함을 느끼며 달콤한 수면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점차 말짱한 정신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


미라클 모닝처럼 세상에 좋은 것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나에게 맞는 옷을 입어야 잘 어울리듯 내 상황에 적합한 것을 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일찍 잘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나는 언제라도 미라클 모닝을 다시 시도할 것이다.

7시간 수면을 유지하면서...


Claudio_Scott@pixabay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성격에 따라 쉬는 시점 잡는 것도 천차만별이다.

나처럼 한번 집중하면 잘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좀 더 위험하다.

과로로 인한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누구나 좋은 건 잘 안다.

하지만 좋은 걸 실행하는 것은 별개다.


매일 적당히 운동하고 좋은 음식 먹으며 잘 자면 건강하다는 사실을 누가 모르는가.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마찬가지로 아주 쉬운 잠깐의 휴식조차 우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기돌봄 강의에서 쉬는 연습을 강조할 때마다 전달하는 내용이 있다.

바로 정각 스트레칭 리추얼.


나만 해도 잠깐 쉬는 것에 참 인색하다.

그래서 연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애써 생각하다가 매시간마다 정각이 되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의식처럼 스트레칭하는 것을 시도해봤다.

이렇게 간단해도 될까 싶었으나 이것조차 지키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식처럼"이란 단어다.

리추얼(Ritual)이란 종교상 의식 절차를 뜻한다.

일하는 시간 동안 정각이 되면 (종교처럼) 아무 조건 없이 그 시간 전후에 몸을 풀어주는 것이다.

실제로 이를 반복 실천하니 휴식이라는 걸 조금씩 할 수 있었고, 덕분에 짬 내어 쉬어줄 수 있다는 사실도 점차 경험적으로 내 뇌 속에 심겼다.






다시 아까 질문으로 돌아가자.

왜 나에게만큼은 휴식을 잘 허락하지 않았을까?


먼저 휴식의 장점을 알지도, 누리지도 못한 어리석음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반백의 나이를 바라보는 이 순간, 몸이 주는 적신호를 무시했던 젊은 시절의 건강에 대한 무모한 자신감 역시 나를 갉아먹는 악의 축이었음을 시인한다.


오래, 멀리 가고 싶지만 가끔 주춤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채찍질만 할 줄 알았던 나는 그럼에도 여러 번 제동이 걸렸고 그걸 내 탓으로만 돌렸다.

그러나 이제부터 나의 체력 정도와 심신 상태를 존중해주기로 했다.

즉, 성공가도라 여겨지는 빡빡한 스케줄에 나를 혹사시키며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내 몸과 정신 상태에 맞도록 스케줄을 조절하는 과감함을 가져보려 한다.


건강한 자기돌봄 중 하나가 완급조절의 미학임을 뒤늦게 알았다.

빨리 완성하려고 시도한 과속 직행이 정답이 아님을 이제야 느낀다.


다음에는 자기돌봄 TREAT 모델 중 E(Emotion : 감정)에 해당하는 '감정관리'에 대해 알아보겠다.



... <자기돌봄 TREAT(트리트) #6>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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