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할 때 '콩깍지가 씌었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확실히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할 때와는 다르게 뭔가 달라 보이고, 좋아 보입니다.
왠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모습은 콩깍지 때문이고 결국엔 결혼에 이르게 되지요
하지만 그런 콩깍지는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고 상대에 따라 다르지만 그리 길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 콩깍지가 벗겨지면서 상대의 단점이 두드러지게 보이고, 그러면서 실망하게 되지요.
저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연애할 때는 자는 모습도 사랑스러워 보이더니, 결혼을 하고 나서 어느 날부터 자면서 코 고는 소리가 어찌나 크게 느껴지는지!!
저도 모르게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콩깍지가 벗겨지고 있음을...
살다 보니 그런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겠지요
뭔가 쑥스러워하던, 아가씨의 모습에서 아이 셋의 아줌마가 되면서 많이 달라진 부분이 있을 겁니다.
그런 모습들이 무엇인지 궁금해져서 가끔 물어보기도 하는데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지를 않네요.
뭔가 큰 비밀도 아닌데 말해달라고 해도, 마치 결혼 n회차인 사람처럼 같이 살면 다 그렇게 된다면서 구체적인 이야기는 해주지 않네요
이렇게 2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살다 보니 저도, 남편도 콩깍지가 다시 씌워지는 느낌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이나 기대가 있는 콩깍지와는 많이 다르지만요.
궁금함과 설렘의 콩깍지는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편안함과 안정감이 그 자리에 들어왔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중년이라는 곳으로 들어오니 예전과 다르게 인간관계의 폭도 좁아지고 있더라고요.
그래도 남편이라는, 아내라는 자리는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점점 찐친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함께 어딘가를 가고, 함께 바라보고, 내가 하기 싫은 일, 어려운 일을 부탁도 하고 때로는 투정도 부리고, 고집을 부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늘 그 자리에 잘 받아주는 상대가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입니다.
저희는 둘 다 평범합니다.
하지만 서로에게만은 특별한 사람입니다.
저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남편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편을 들어줄 수 있는 단 한 사람.
근데 혹시 이거 저만 느끼는 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