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살면서 화장실이 겹치면 어떻게 해? 2

<알> 겹칠 일이 없다. 다만 내가 훨씬 많이 쓸 뿐.

by 뇽알

다른 누구보다도 우리 엄마가 염려했던 부분이었지 싶다. 나는 급한 성질에 비해 행동은 턱없이 느린 탓에, 부모님과 같이 살던 시절 출근 준비에 걸리는 시간이 식사 시간 포함하여 두 시간은 걸렸다. 그나마 그때는 화장하고 옷만 챙겨입고 나오면 식탁에 밥이 차려져 있기라도 했지, 이제부터는 밥 차리는 시간까지 추가되니 말이다. 출근 준비 시간은 누구에게나 촉박한 법인데, 장모종 여자 둘이라면 특히나 드라이기 혹은 고데기 사용만 가지고도 투닥거리기 십상인 조건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뇽의 집에 자주 놀러 갔을 뿐 아니라 여행도 여러 번 같이 다녀본바,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항상 아침에 내가 모든 준비를 마쳤을 때 뇽이 눈을 뜨고, 밤이 되면 뇽이 씻기 전에 내가 이미 기절해 있기 때문이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 만나면 최소 화장실 문제에 있어서는 이득이지 싶다.


뇽의 아침: 팔 할은 잠 깨는 시간이다.


더군다나 우리는 피부 타입도 지성과 건성으로, 정반대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 하면, 나는 아침에 머리를 감았는데 당일 저녁에 다시 감아야 할 것 같은 안타까운 지성인 데 반해 뇽은 3일 동안 머리를 안 감아도 주변에서 눈치를 못 채는 얍삽한 건성인 것이다. 따라서 씻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나보다 덜하다. 심지어 대장(大腸)의 사정조차 반대인지라 누구는 화장실을 너무 가고 누구는 너무 안 간다 - 종합해보니 나는 정말 지구 앞에서 대역 죄인이 틀림없다 - 화장실을 먼저 써야 하는 문제는 이렇듯, 고민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그럼 화장실 말고 화장대라면 어떨까. 그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뇽이 내가 모든 준비를 할 때까지 눈을 뜨지 않는 이유는, 늦게 일어나도 더 빨리 준비를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머리를 안 감아버려도 그만인 건성 두피인데다 메이크업 속도도 매우 빠르다. 뇽이나 나나 매일 아침 늘 똑같은 위치에 아이라인을 그리고, 똑같은 양의 파운데이션을 바르지만 나는 아이라인을 한 번에 그리는 법이 없는 똥손이다. 반면에 뇽은 문신을 한 건지 의심스러울 만큼 항상 같은 위치에 일필휘지로 아이라인을 완성한다. 내가 매일 아침 은폐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주근깨 또한 뇽의 얼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워낙 신속하게 화장을 하는 터라, 내가 화장대 앞에서 계속 미적거리고 있으면 식탁 의자든 소파든 아무 데나 앉아서 후딱 일을 해치우고 휴대폰 게임을 하며 기다리는 뇽이다.


화장대의 LED 조명을 독차지하게 해 주는 건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저렇게 준비 시간을 짧게 잡아도 된다는 사실이 부럽다 못해 얄미워서 나는 종종 “그 머리카락 좀 내 두피에 옮겨 심어줘라”, “잡티도 없구만 파데는 뭐하러 바르냐”라며 화장하는 뇽에게 시비를 건다. 급기야는 “나랑 머리 바꿔!”라고 징징대는데, 거기다 대고 주저 없이 “그래라”하고 시큰둥하게 대꾸할 수 있는 뇽의 여유가 부럽다. 화장실·화장대 문제의 결론은 ‘겹치지 않는 건 좋은데, 이상하게 나만 점점 서러워지는 느낌이다’라는 것이다. 흑흑.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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