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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밤바다야

by 영영

지금은 귀국 당일 새벽. 달콤 쌉싸름한 기억들이 뒤엉켜 쉬이 잠이 오지 않는다. 내가 호주에서 보낸 시간 덕에 깨달은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 보니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다음 내용은 스스로를 밤바다에 투영하여 쓴 짧은 글이다. 누군가에게는 위로로 가닿았으면 한다.




나는 밤바다야.


나를 보면 모두들 말해.

“넌 참 고요하구나.”


사실 나도 출렁이고 싶었어.


파도에 몸을 맡기고,

거침없이 부서지고 싶었어.


하지만 언제가 한 사람이 내게 말했지.


“밤바다는 잔잔해야 아름다워.”


그 말을 듣고 나서부터는

아무리 강한 비바람이 몰아쳐도

조용히 머무르려 했어.


그러던 어느 날, 별이 물었어.

“왜 가만히만 있어?”


“잊히고 싶지 않아서.”


별이 반짝이며 말했어.

“나는 가만히 있으면 사라져.

그래서 빛나려는 거야!”


나는 한참을 생각했어.

그리고는 아주 살짝,

물결을 흔들어 보았어.


그러자 환한 별빛이 내 안으로 스며들었어.

파도도 기쁜 듯 찰랑찰랑 퍼져나갔어.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


흔들려도 괜찮다는 걸.

그래야 진짜 바다라는 걸.




나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곳에서 받았던 상처가 무색할 만큼 좋은 기억만이 온 마음을 뒤덮었다. 그리고 호주에서의 마지막날, 가장 고마웠던 한 사람을 만났다.


"I’m proud of you. Don’t you feel proud of yourself too?"

"난 네가 자랑스러워. 너도 네가 자랑스럽지?"


내가 본인을 다정한 사람으로 만든다던 그 친구의 이 말 한마디가 오랫동안 나를 살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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