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은 아이가 셋이에요.
여동생은 동물을 정말 좋아합니다.
생명을 키우는 재능이 있다면 동생은 그 재능을 타고난 것 같습니다.
국민학교 시절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파는 날이면 동생은 어김없이 두 손에 노란 병아리를 들고 옵니다.
병아리 같은 여동생의 손은 노랗고 조그마한 생명체가 부서질까 조심스럽습니다.
동생은 아기 고양이, 아기 강아지도 어디서 잘 데려옵니다. 동물을 좋아하니 아기동물을 동생에게 보내는 분도 있습니다.
동물을 무서워하던 저는 곤욕스럽습니다. 밤늦게 책을 보고 있으면 거실에서 삐약삐약 소리에 신경이 쓰입니다.
강아지가 다가올까 봐 몸을 움츠리고 "저리 가"라고 소리 지르며 자리를 뜨는 경우도 많습니다.
동물을 쓰다듬고 예뻐하는 동생에게 싫은 소리도 많이 했습니다.
동생이 신혼 시절에 키운 강아지가 있습니다.
그 당시 고구마, 과일, 닭가슴살을 정성스레 건조해 간식으로 먹였는데 그 간식을 우리 딸도 나눠먹곤 했습니다.
개조카와 딸이 함께 컸던 시절이네요.
동생이 키우는 강아지는 반들반들 털에서 윤기가 흐릅니다. 그만큼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아서겠지요?
토토는 어떻게 동생에게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토토 전에 두부라는 수컷 비숑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는데 아마도 부부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두부는 힘 좋은 수컷 비숑인데 여동생이 철조망으로 분리를 시켰는데도 어떻게 뚫고 나왔는지 첫 생리를 한지 얼마 안 된 어린 토토를 임신시켰습니다.
아가 토토는 엄마가 되어서 여섯 마리의 건강한 아이들을 낳았고 동생부부는 수소문하여 모두 좋은 곳으로 입양 보냈습니다.
아빠 두부도 마당이 넓은 집으로 입양 보내고 안쓰러운 토토만 여동생이 키우기로 한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이가 셋인 동생은 본인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아직도 아이들 소식을 전해 듣고 사진도 받아보곤 한다며 무럭무럭 커가는 강아지 이야기를 하는 동생 표정이 애잔하면서도 잔잔합니다.
그렇게 혼자 남은 토토는 엄마 사랑을 독차지하게 됩니다. 여동생은 토토가 얼마나 예쁘면 설거지 할 때도 포대기로 업고 있습니다.
모든 강아지가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 하지만 특히 토토는 엄마 바라기, 엄마 껌딱지였나 봅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습니다.
토토와 사랑에 빠질줄은요.
가끔 동생네 가면 너무 들이대거나 앙칼지게 짖던 토토가 부담스러워서 피해 다니기만 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토토도 불편하기는 매한가지였을 겁니다.
셋째 조카가 초등학생이 되고 엄마 손이 필요한 아이들 넷을 돌보던 여동생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왔습니다. 피곤한 나날이 지속되었고 병원을 출근하듯 오가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강아지 산책도 어렵게 되고 스트레스 받은 토토는 집안을 어지럽히거나 배변 실수를 하며 동생을 더 힘들게 했습니다.
아이들이 돌아가며 아프고 세명 모두 병원에 입원 하며 집을 비우는 상황도 생기면서 토토도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마치 심통 난 아이처럼 구는 토토를 보면서 여동생은 자책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여동생에게 휴식이 필요한 때
토토 걱정을 하는 동생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며칠 개조카를 집에 데리고 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며 계속 아픈 동생을 대신해서 개엄마가 되기로 마음먹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토토도 직감을 했을까요? 기숙사에 들어간 딸의 빈자리에 토토가 훅 하고 들어왔습니다.
동생이 있었으면 하던 아들에게는 철없는 여동생이 되어주고 아가를 예뻐하는 저에게는 보송보송 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집에서 기저귀를 차고 있던 토토는 하루 만에 기저귀도 벗고 패드에 예쁘게 쉬를 하고
밥도 잘 먹었습니다. 산책을 할 때 가끔 당황스럽게 할 때도 있었지만 집에 오면 얌전한 애교쟁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토토가 나토토(남편성이 '나'씨)가 되었고 우리는 가족이 되었습니다.
토토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동물을 사랑하는 동생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생이 아니였으면 살면서 동물과 교감 할 기회가 없었을텐데 덕분입니다.
아들이 이야기합니다.
"엄마, 우리가 어떻게 토토를 키우게 됐지?
우리 집에 강아지가 있는 게 진짜 신기해
나토토, 오빠랑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