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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Sep 30. 2024

시 좋아하세요?

누구나 즐길 수 있어요!


“시 읽는 거 좋아해!”
“요즘 시를 써보고 싶어! “
라고하면 대부분 주변 반응은 "시는 너무 어렵잖아!"



철학이나  라는 장르의 문학은 접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일단 ‘어렵다’라는 인식으로 쉽게 다가서지 않고 한 발 뒤로 물러서게 만든다. 우리에겐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문학 장르이자 이유불문 다른 이의 해석까지 덧붙여 달달 외워 시험을 봐야 했던 스트레스의 일부로만 마주했던 시. 학창 시절을 벗어나 다시 만난 시는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말들로 채워진 문자들의 조합이 아니었다. 시를 읽는다는 건 한 글자 한 글자 시인이 꾹꾹 눌러 담아놓은 마음을 하나씩 꺼내어 느끼고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바쁜 학업시간에 쫓겨 그렇게 감상하며 즐겨볼 시간이 주어지지 못한 채 배우며 외우는 시간들로 채워지다 보니 다가가기 어려운 장르라고 느껴졌을 것 같다. 특히 문과적 성향보다 이과적 성향이 강해 숫자로 표현된 식들을 좋아하고 정확한 답을 알 수 있는 수학을 좋아한 탓에 두루뭉술한 이야기들을 즐겨 읽기보다 지식 위주의 전문 서적 읽기를 좋아했던 나에게도 와닿은 ‘시’가 있었다.





시의 구절구절마다 담긴 뜻과 시인이 시를 쓰던 시대적 배경, 시의 단어마다 그 안에 숨은 이야기들까지 깨알같이 파고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감상적인 느낌 따위는 산산이 부서지고 갈기갈기 찢겨진 시 안에 들어간 채로 어떤 것도 느낄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기계적 암기학습으로 인해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시라는 장벽이 단단한 심장을 파고드는 절절함으로 뒤바뀌는 순간, 끝없는 매력 속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한동안 시 안에서 방황해야 했다. 시를 만난 처음 그 순간부터 한 글자 한 글자를 다가오는 느낌 그 자체가 다른 이전의 시들과는 달랐다. 감수성이 극을 달리며 연애소설만 읽어대던 청소년기에 온 마음을 온통 흔들어 시의 매력에 푹 빠지게 했던 시는 바로 [ 石門 ] 이었다.







읽는 내내 가슴이 콕콕 아프고 눈물이 눈가를 스쳤다. 사랑도 연애도 아무것도 모르는 모태솔로 연애무지렁이 소녀의 가슴을 물들여버린 시 석문. 많은 이들에게는 [승무]로 유명한 청록파 시인 조지훈 님의 시였다. 미디어라고는 텔레비전 밖에 없던 그 시절, 내 손으로 직접 산 시집을 꼭 쥐고 수 없이 읽어 내려가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그때 시집이 주었던 상상과 여운은 오래도록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석문


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여기 소리 없이 열릴 돌문이 있습니다
뭇사람이 조바심치나 굳이 닫힌 이 돌문 안에는 석벽난간 열두 층계 위에 이제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

당신이 오시는 날까지는 길이 꺼지지 않을 촛불 한 자루도 간직하였습니다
이는 당신의 그리운 얼굴이 이 희미한 불 앞에 어리울 때까지는 천년이 지나도 눈가지 않을 저의 슬픈 영혼의 모습입니다.

길숨한 속눈썹에 항시 어리우는 이 두어 방울 이슬은 무엇입니까
당신이 남긴 푸른 도포자락으로 이 눈물을 씻으렵니까,
두 볼은 옛날 그대로 복사꽃빛이지만 한숨에 절로 입술이 푸르러감을 어찌합니까,
몇만 리 굽이치는 강물을 건너와 당신의 따슨 손길이 저의 흰 목덜미를 어루만질 때 그때야 저는 자취도 없이 한줌 티끌로 사라지겠습니다
어두운 밤하늘 허공중천에 바람처럼 사라지는 저의 옷자락은 눈물어린 눈이 아니고는 보지 못하오리다.

여기 돌문이 있습니다 원한도 사모칠 양이면 지극한 정성에 열리지 않는 돌문이 있습니다
당신이 오셔서 다시 천년토록 앉아서 기다리라고 슬픈 비바람에 낡아가는 돌문이 있습니다







신실한 믿음을 가진 종교인은 아니지만 엄마 덕에 모태 종교가 불교인 덕분에 조지훈 시인하면 유명한 시 ’승무‘도 여러 번 읽어보았고 승무를 잘 몰라 엄마께 여쭤보기도 했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정보를 바로 찾아볼 수 없기에 나만의 백과사전인 엄마는 매번 질문에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 주셨다. ’승무‘라는 시에서도 조지훈 시인님의 표현과 단어 하나하나가 지극히도 아름다워 읽고 또 읽어도 매번 감동이 줄어들지 않았다. 꼬깃한 쌈짓돈을 모아 결국 조지훈 시인님의 시집을 내 손에 담을 수 있었던 그 기쁨은 어떤 말로도 형용하지 못한다. 대형 서점이 없었던 시절, 동네 위치한 작은 서점으로 가 시집이 있는지 주인아주머니께 여쭈어 보았다. 고운 색을 지닌 시집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순간 발걸음도 주변 풍경까지 세세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고이 모시고 온 시집을 방에 홀로 앉아 떨리는 기분으로 열어 보는 감격스러웠던 순간. 좋아하는 시를 그렇게 시집으로 만나는 찰나는 그리운 이를 마주한 것처럼 떨렸고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씹어 수 차례를 읽어가며 느끼고 또 느끼는 시간들을 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소중히 한 편 한 편 읽어 내려가던 시집에서 심장을 관통한 시를 만나 그렇게 한동안 시집에 푹 파묻혀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있던 청소년기에 애틋한 시 한 편을 머릿속에서 되뇌이고 마음속으로 얼마나 많은 상황들과 절절한 서사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는지. 실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슬픔과 한이 가득한 비련의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떨림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시인이 이런 시를 쓰며 얼마나 애달프고 가슴이 저며 들어갔을까 싶었다. 그렇게 촉촉한 느낌들이 마음 한편에 켜켜이 남아 한 번씩 들춰보는 혼자만의 비밀이 하나 생긴 거다.



갑자기 어느 순간 시가 마음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순간이 온다. 높고 맑은 가을 하늘에 선선한 바람 한 줄기 불어오면 따뜻한 커피 한잔에 천천히 음미해 보는 시 한 편이 복잡하고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줄 거라 믿는다.




우리 같이 시 읽어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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