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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Nov 15. 2022

다시 서귀포로

제주생활 18일 차 - 노숙은 끝내고 호텔의 편안한 잠자리로

who. 나는

전날 길을 걷고 제주에서 서귀포로 건너오면서 꽤나 피곤했나 보다. 9시가 안 되어서 골아떨어졌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니 6시 날이 화창하다. 길을 걸을까 고민하다 배편을 이리저리 검색해본다.

 

what. 집 생각

제주생활을 얼마나 더 지내게 될까? 20여 일 가까이 제주 곳곳을 걸어 다녔더니 이제 더 할 것도 남아 있지 않다. 모든 것이 내게 맞게 세팅되어 있는 집을 떠나 20여 일이 지나니 피곤함이 몰려오기 때문일 수도 있다. 체력이 좋아야 여행도 더 호기심을 가지고 여기저기 둘러볼 수 있다. 무슨 일을 하든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낀다. 이즈음 나는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반이 넘어가는 상태였다.


where. 섬에서 섬으로

올레길도 가파도, 추자도 섬 쪽으로 가는 것만 남아 있는 상태이다. 서귀포에 머무는 동안 가파도는 다녀오면 될듯하고 이후 제주시로 다시 이동하여 추자도를 걸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뒹굴뒹굴 대면서 어디로 이동할지 개략의 그림을 그리고, 카페로 향했다.   


when. 변덕 많은 날씨

제주 날씨가 워낙에나 변화무쌍하기도 하지만 아침에 화창함만 믿고 길을 걸었다가 비를 온팡 맞을 뻔했다. 두어 시간 뒤 카페로 향하는 길에 갑자기 후두둑 비가 온다.  카페에 들어서서 그동안 걸어왔던 길들을 정리해본다. 가파도 배편도 예약했다. 블로그 글도 쓰고 그러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되었다. 비는 그칠생각이 없어 보인다. 어쩔까?


why. 고씨네천지국수

주변 맛집 검색하던 중 맑은 고기 국숫집이 있어 호기심이 일었다. 제주 고기국수는 그 국물이 진한 정도로 순위를 매기다 시피하는데 그런 고기국수가 내겐 맞지 않아 찾지 않았다. 그런데, 맑은 고기국수가 있다 하니 어떨지 궁금하여 그곳을 들러볼 요량인데 비가 계속 추적추적 온다. 우산은 없고, 거리는 멀지 않으나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곳이다.


how. 언제 그칠지 모르는 비

그래서 그냥 나섰다. 좀 잠잠하게 내릴 때 나섰는데도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가게에 도착하니 제법 많이 젖었다. 이미 줄을 늘어선 가게는 사람들로 북적대었다. 바깥에 대기 공간이 있지도 않고, 안에서 머물공간도 없어 비를 피할 곳도 마땅치 않다. 예약하고 숙소가 코앞이니 가서 옷도 갈아 입고 우산도 챙겨 다시나 왔다. 비에 젖어서 참으로 짠한 모습에서 뽀송한 모습으로 되돌아오니 대기줄도 견딜만하다. 대단히 우와~~할 정도는 아니어도 비 오는 날 뜨끈한 고기국수는 꽤 맛있게 먹었다. 


제주 도착하고 첫날 비 온 뒤 지금에서야 비를 다시 만난 거다. 마침 노숙생활도 끝나고 호텔로 숙소를 정하고비가 오니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비 온 제주 풍경을 호텔 창밖을 통해 보면서 제주 약수터에서 사 온 수제 맥주를 종류별로 음미하면서 느긋하게 하루를 마무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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