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에게 쉬운 일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 평생 하기 어려운 일일수도 있다. 먹고사는 것을 놓을 수 없기에 한달이란 기간을 뚝 떼어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는 쉬운 일은 아니다. 여행이 직업인 이들이 부러운 이유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것이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하니 말이다. 혹자는 직업이 되면 다르다 하던데... 아직 그렇게 해보지 않아서 그저 부러워할 뿐이다. 이십하고 오 년을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낸 나에게 지금과는 다른 전환점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이번 한달살기는 그래서 다녀오게 되었다. 어찌 알겠는가? 인생 후반은 부러워하던 여행작가로 살게 될지 모를 일이다.
where. 제주 서쪽에서
시작하여 제주를 한 바퀴 돌았다. 그 돌은 자리마다 올레길로 빼곡히 발자국을 남겼다. 아직도 보지 못한 동네가 못 오른 오름도 못 간 곳이 많지만 내가 사는 우리 동네보다도 더 발자국은 많이 남기지 않았나 싶다. 이번에는 제주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른 지역 다른 나라에도 이렇게 살아보고자 한다.
when. 매년마다
적어도 한 곳에 한 달을 살고 기록을 남겨서 쌓아보고 싶다. 다음에 가는 곳은 이번보다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관광객보다는 주민처럼 지내보고 싶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그걸 엮어서 재미난 여행기를 들려주고 싶다. 몇 해를 한 곳에 머물다 보니 짐이 많아졌다. 짐을 적게 둔다 함에도 세월이 겹겹이 쌓이다 보니 내게 맞게 세팅하면서 이런저런 물건들이 많아졌다. 한 달 살기를 더 자주 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이 모든 짐들을 정리해야 하는 때가 오지 않을까 한다.
why. 가져갈 것은
무엇일까? 죽을 때까지 내게서 떠나지 않고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경험이 아닐까? 그리고 그 경험을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 영원히 또는 꽤 오래 살아남게 하는 방법이 아닐까? 뭐 이런 생각도 해봤다. 그리고 이런 작은 나눔을 통해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작은 무엇이 될 수 있다면 꽤 흡족할 듯하다.
how. 이 길은 처음이라
미숙한 점이 많지만 누구나 처음 길은 있고 첫길은 다 그렇지 않은가? 여행작가가 어떤 것인지도 잘 모르고 개인의 경험담을 횡설수설 이렇게 적어낸 것을 누가 읽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리저리 걷다 보면 요령도 생기도 경험도 쌓이고 또 그러다 보면 멋진 글도 쓰는 작가로 인정도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해보게 된 첫 글이고 오늘 한달살기의 모든 이야기를 일단락 짓는다. 앞으로 이 글을 조금 더 다듬어 브런치에 북을 내어 보려고 한다. 그렇게 내년에는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에 한 번 도전해봤으면 하는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