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 타임머신 블루스

by 작가미상


오늘도 어김없이 반복된 일상에 치인 저를 소개합니다. 그래서인지 글쓰기에도 제 감정이 점점 깊숙이 스며들고 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양동이로 퍼내는 중입니다.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인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맞는 건지, 잘 해내고 있는 건지. 어찌저찌 직장을 잡는 것이 정말 남부럽지 않은 일인지, 그런 생각이 자꾸 듭니다. ​

사실 남들이 뭐라 하든, 세상이 삐뚤어졌다고 무시해버리면 그만이지만, 결국 중요한 건 나 자신이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인생을 책임져야 할 문턱들이 하나둘 다가오다 보니,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려 할 때 희망보다 겁이 먼저 드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네요. ​

그래서인지 요즘은 스트레스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건강한 생각조차 하기 힘들고,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냐는 아빠의 말이 억지로 목구멍을 타고 들어옵니다. 세상을 내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82억 명 모두가 나처럼 생각하는 세상을 상상하면 죄책감의 무게가 꽤나 나갈 것 같아, 그냥 생각에만 머물고 있습니다. ​

“하고 싶은 꿈을 정교함으로 바꿀 수 있을까.” ​

요즘 제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질문입니다. ​

자는 중에도, 잠결에 눈을 떴다가 다시 감을 때도 그 질문이 차가운 머릿속에서 피겨 경기를 펼칩니다. 시간이 갈수록 용기는 줄어들고, 어떤 상황에 나서는 행동조차 점점 사라져가는 사회에서 살아남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

얼마 전, ‘썸머 타임머신 블루스’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2000년대 초에 만들어진 영화로, 고등학생들이 우연한 사고로 에어컨 리모컨을 고장 내는 바람에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지쳐가고, 결국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멀쩡한 리모컨을 가져오기로 작전을 세우는 이야기입니다. 시간 여행 속에서 여러 사건을 겪으며, 결국 모든 일은 리모컨이 고장 나는 ‘우연한 사고’를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죠. ​

영화 초반에는 과거에 놓인 리모컨을 바라보는 정체 모를 시선과 손, 그리고 거울에 비친 얼굴이 등장합니다. 알고 보니 그것조차 미래에서 온 학생들이 리모컨을 가져오기 위해 벌인 행동이었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

영화를 다 보고 꺼진 아이패드 화면에 비친 제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자신의 뒷세상을 제대로 본 적 없는 저였지만, 아이패드에 비친 뒷배경조차 검은색으로 흐릿하게 빛나긴 하더군요.

지금 내가 겪는 이 힘든 순간들이, 어쩌면 어떤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면, 작게라도 알려줬으면 합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이 고단한 날들이 결국 무언가를 위한 시간이었노라고요. ​

사람은 누군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의 시선에 유독 민감한 피부를 가진 저지만, 미래에서 온 미상이 한정으로는 더 뜨겁고 따가운 시선을 허락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왕 미래에서 찾아왔다면, 지금 상황에 대한 응원이나 조언보다 이렇게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돈이 좋더라, 너 성공했어.” 라면서 말이죠. ​

제가 과거로 간다면 지금 상황이 아무리 안 좋아도,

그 시절의 저에게 분명히 이렇게 말할 겁니다.


“야, 너 죽이더라.” 라고, 그래야 그때의 내가 조금은

덜 흔들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

- 끝 - ​

저는 이런 산문을 쓰는 일이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어디에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마음을

그나마 글로는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에게 다가오는 불행이나 좋지 않은 일들도

제 글에 잠시 묶어두고 가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

나중에 제가 다 수거할 테니

걱정은 하지 마세요. ​

아무쪼록, 오늘 하루는 조금 더 평안하고

행복하게 흘러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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