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 세상

과생각 목차 중 찰나의 순간에 들어갈 예정

by 작가미상


세상엔 많은 오류가 일어난다.

자고 일어나면 사라져버린 꿈처럼 말이다. ​

며칠 전까지 있던 컵이 어느새 사라져 있고,

자주 만지던 거친 벽도 매끄럽게 변해버린다. ​

시간을 만들고 조절하는 이 시스템은,

어쩌면 우리를 살아갈 수 있게 만든

장치일지도 모른다. ​

이런 나를 견제하듯,

너무 많은 것을 알았다며 ​

이진법으로 꽁꽁 싸인

우박을 머리에 집어 넣는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운명이라 말한다나, 뭐라나. ​

아무튼, 여기서 알아야 할 부분은

우박이라는 존재를

눈치채는 건 우리뿐이라는 거다. ​

다들 아무 의심 없이 넘어가야

생각 데이터 운영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

마치 우리가 '뒤'라는 세상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

덕분에 우박은 그리 크지 않았고

머리도 그닥 아프진 않지만, ​

동글동글한 우박 사이에

‘이거나 먹어라’ 면서 ​

모난 모양의 바이러스 우박이

머리에 들어왔다. ​

그렇게 들어온 우박은

아까 내가 했던 말을

입 밖으로 꺼내 따라했다. ​

“내 뒤엔 무엇이 있을까.” ​

자신의 머리 뒤에 있는 세상을

평생 보지 못했기에 ​

“수십 년 동안 보고 지내온 방 한구석의 옷장이 있겠지“​ 라고 말하며

단정 짓는 것은 몰지각하다. ​

차라리 필요한 생각이나 추억들을

버리는 미지의 휴지통이거나,​

나를 조종하는 무언가가 내 글을 읽으며

실실 웃는 비밀의 장소라고

말하는 것이 더 그럴듯하다. ​

무엇이 있을까

더 깊은 곳을 보려던 찰나, ​

타닥거리는 키보드 소리에

점점 부풀어 오르는

모니터 속 글자들이 ​

펑 하고 구멍을 만들어

나를 현실로 불러내는 듯하다. ​

우박의 크기가 커지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인 걸까. ​

아님 아직 내 힘으론

이겨내기 버거운 시스템에 도달해

나를 강제로 이주시킨 걸까. ​

누군가 보고 있다는 것이

사실로 다가왔다. ​

그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굉장히 많지만, ​

아무렇지 않은 척

젖어가는 손을 쥐어잡​고

태연하게 자는 척을 해야겠다. ​​

이 글을 읽고 있는 무언의 생명체야. ​

그리고 ​

세상의 존재를 알지 말라며

꽥꽥 빛을 발산하는 모니터야,​

나는 이럴수록 더욱 너희가 참 궁금하단다. ​

하지만 세상의 정체를 알아버리면

더 큰 구멍이 생겨 나를 잡아갈 테니,​

조용히 기록으로만 남길게. ​

나는 너희가 우리에게 던지는 오류와 신호들을

조용히 받아 적을 뿐이니까 말야.

월, 화, 수, 목 연재
이전 19화옛날 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