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생각 목차 찰나의 순간에 들어갈 예정
어색하다는 이유로 빛이 뿜어져 나오길 기대하는
카메라에게 거절하는 버릇을 가진 지
어느새 2025년이 됐다.
졸업을 앞둔 나는 3일이 하루가 되고,
일주일이 3일로 지나는 기분이다.
속히 말해, 일 년이 하루 같다는
할머니의 말을 몸소 느낀다.
하루가 너무 짧아질까 걱정하면서,
달랑 매트리스 하나만 깔린 작은 방에서
어떤 컵라면을 먹을지 고민하는 게 요즘 나의 일상이다.
부엌으로 가는 길이 왜 이렇게 험난하냐고 묻는다면,
직선이라고 믿었던 길이
어느새 휘어진 포물선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술을 많이 마셨나 보다
왼쪽 눈을 시큼하게 찡그리며 멈춰 서니
아, 너 은근 속이 좁구나,
속으로 툭 던지듯 말해본다.
술이 섞여 들어간 다음 날 아침,
기억은 필름이 끊기듯 흐릿하다.
카메라 앞에서 점점 작아지는 내 모습을 뒤돌아보면
내가 왜 이렇게 굳어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나를 보는 게 불편하달까.
셔터가 눌릴 때마다 어깨가 굳고,
사진 속 내 얼굴은 빛을 받기보다 흐려진다.
빛은 분명 존재하는데,
내 안에 머무르지 않고 흩어져버린다.
사회라는 깊은 물속에 오래 잠기면,
빛도 굴절된다고 누군가 말했었다.
아마 나도 그런 상태가 된 모양이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은 점점 투명해진다.
렌즈 앞에서는 자꾸 숨고 싶어진다.
그래서 요즘은 사진보다 그림자를 더 믿는다.
그림자는 잠시 머물렀다가 사라지니,
그렇게 조용히 존재하는 게 더 낫다.
매일 밤, 방 안 오렌지 불빛을 켜며
스위치를 ‘따닥’ 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는 작지만, 내게는 분명한 위안이다.
불빛이 퍼질 때마다 마음 한켠에 고요함이 스며든다.
그 작은 빛은 사라져가는 행성들 사이에서
내가 여전히 여기 있다는 신호가 된다.
흐릿하고 불완전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순간을 기록하고, 견뎌내려는 마음이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라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주인공이 택시에 탑승하고 가면서 비춰진다.
성인되었을 무렵 꾸역꾸역 돈 벌겠다며
친구와 신문 알바를 하는 주인공…
술집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
각자만의 이야기를 하는 주인공…
과거의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을
돌이켜 보며 현실로 오는 장면이
인상 깊다.
영화에서는 말한다.
“그 사람 몸 구석구석에 그동안 입력한
타인의 문자가 성불하지 못한 채 남아 있던 거지”
성불하지 못한 단어들을 잘 가라고 기도만 하며
아쉬움에 결국 단어들을 손으로 꽉 쥐진 않았는가
그것들이 결국 우리가 어른이 될 수 없었다라고
표현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도,
왼쪽 눈을 살짝 찡그리며,
오렌지 빛 아래서 스위치를 눌러 ‘따닥’ 소리를 낸다.
그 소리는 내가 여기 있음을,
내일도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린다.
읽는 여러분께
우리 모두는 완벽하지 않은 빛 속을 살아갑니다.
흐릿하고 불안한 순간에도,
안에 묵묵히 빛나는 흔적이 있어요
그 흔적을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오늘 당신의 방 안에 켜진 작은 불빛이
내일의 또 다른 하루를 열어줄 것이니 말이죠.
그리고 가끔은,
“너 은근 속이 좁구나”라는 말 한마디가
스스로에게도 필요할 때가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