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냄새

과생각 목차 중 찰나의 순간에 들어갈 예정

by 작가미상


걷다 보면,

맡고 싶었지만 긴 세월 잊고 지냈던

옛날 냄새가 무심코 들어올 때가 있다. ​

그럴 때면 잠시 생각에 잠긴다.

옛날 냄새에 빠지는 이유는 뭘까? ​

마냥 좋은 뜻만 담고 있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그 냄새 앞에서

눈물을 훔친다. ​

어쩌면

나쁜 기억마저

좋은 시간이었을까.

​​

-옛날 냄새- ​

가끔, 아무 데도 없는 곳에서

옛날 냄새가 난다. ​

지하 주차장 한 켠, 오래된 엘리베이터 안,

뭔지 모를 냄새 같은 것. ​

하지만 주변엔 지하 주차장도 없고,

엘리베이터도 없다. ​

냄새라기보단, 코끝에 박혀버린

추억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옛날을 떠올리는 냄새가 있다.


아무것도 아닌 순간, ​

평범한 일상 속 공기 속엔

감각은 살아 있다. ​

사실 냄새보단 코끝에 남은

흔적으로 추정된다. ​

책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쿰쿰고소한 습기, ​

가구 틈새에서 빠져나온

나무의 쩍쩍한 먼지, ​

낡은 옷감에서

올라오는 추억 섞인 때, ​

냄새는

조용하고, 시끄럽고, 요란스럽고, 고요하다. ​

그때의 시간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일까? ​

겁 없이 냄새가

나에게 오길 기다리기도 한다.

숨. 그리고, 다시.

욕심 같다. ​

냄새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니까. ​

숨이 멎는다.

머금었던 숨을 뱉는다.​


역시 고약하다. ​

익숙한 듯 스며들다가도,

어느새 슬며시 뒤통수를 친다.

그러곤 다시 후회한다.

아, 너구나.

잊었다고 믿었던

곪아 터진 기억들이

벌어진 틈으로 스며든다. ​

맞아, 그랬지. ​

가슴이 조여드는 소리,

허벅지 안 근육이 굳는 소리,

살이 찢겨져 뜨거운 불판에 기름을 짜는 소리. ​

지글지글 볶아 검붉은 색을 띤다. ​

끈적하고 질퍽하다. ​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도 어느새

냄새도 희미해지고. ​

썩어가는 걸 똑바로 바라보지 않아도

그렇게 조금씩 사라진다. ​

아차, 하고 숨을 머금으면

냄새는 돌아오고, ​

잠시 멈춰서 고개를 돌려본다.

좋았던 것도, 나빴던 것도, ​

모두 흩어졌던

그 자리에서 말이다. ​

곪아 터진 시체더미는

파리가 드글드글 꼬여야

그나마 보기 좋은 거름이 된다. ​

숨. 그리고, 현실.​

꽃이 피겠지라는 희망은

어처구니없다. ​

그저 몸집만 커진 파리와

손으로 긁어야 떨어지는

그나마 보기 좋은 거름뿐일 테니 말이다.

​​

- 독자분들께 - ​

재밌게 보셨나요? ​

가끔, 아무 데도 없는 곳에서

이상한 냄새가 날 때가 있어요. ​

좋을 수도, 나쁠 수도, 그냥 모를 수도 있죠. ​

그런 냄새 앞에서 괜히 멈칫했다면,

너무 놀라지 마세요. ​

그거, 우리 다 그러고 살아요. ​

조금은 구리고, 조금은 찝찝해도,

시간 지나면 결국 다 흩어지니까요. ​

계란을 깨고 나온 우리가

본 첫 세상은

아마 그게 전부인 줄 알았을 거예요. ​

근데, 깨지고 나면 알죠.

껍질 밖에도, 안에도

썩는 일은 많다는 걸.

월, 화, 수,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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