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불빛

by 작가미상


바쁘던 바쁘지 않던 저녁과 밤은 언제나 찾아온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매일 찾아오는 밤이 현관을 밀고 들어오면, 저는 언제나 그랬뜻 누운 몸을 반듯하게 일으켜 왼쪽으로 두 걸음을 걸어갑니다.

그 뒤엔 두 손가락을 벌려 바로 옆에 대롱 붙어있는 방 불 스위치를 두 번째 손가락으로 끄고 바로 밑에 있는 베란다 스위치를 중지 손가락으로 켜버립니다. 밤이 되면 꼭 해야 되는 루틴이라고 하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한 타이밍에 스위치를 따닥! 해버리는 것입니다. 인간관계를 좁고 깊게 가지는 신념이 있는 만큼 소중한 사람을 제외한 아무도 없는 부분의 외로움을 견뎌야 하겠지만, 스위치의 따닥이 내 방 안에 있는 유일의 소중한 사람이니 만큼 정성을 다해주는 것입니다.

가끔 따그닥이나 따아아아닥 등의 불친절한 행동을 했을 땐 사과의 의미로 다시 따닥을 맞춰 밤을 맞이해 주는 게 친구로서의 도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소중한 친구를 맞이하고 나면 클럽 입구에 들어간 느낌이 듭니다.

에어팟을 끼지 않았는데도 약간의 노이즈 캔슬링이 되면서 웅웅하게 때리는 리듬에 저의 몸은 나도 모르게 바운스를 튀고 있으면서 말이죠. 그것은 망상일 뿐 눈을 떠보면 오렌지 빛만이 방을 은은하게 비추는데 그 순간만큼은 우주에 떠있는 느낌을 받으면서 오른쪽으로 두 걸음을 걷고, 누웠던 자리에 다시 누워버립니다.

MBTI가 N인 망상형 인간이라 하더라도, 가끔은 우주가 아닌 사실에, 그리고 우주라고 믿었던 내가 어리석다며 웃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럴 땐 무스 부호를 치는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띠디딕 띡 디디디디’ 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갓 출발한 우주선의 우주 기사가 된 느낌이 물씬 든답니다.

특효의 약이기 때문에 정말 망상에서 벗어나버렸을 때 들으셔야 합니다.그렇게 눈을 감고 지구를 탈출해버리면, 달을 거쳐 무주의 별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말로만 별이지, 사실은 그동안 살면서 쪽팔렸던 일이나 후회되는 일들을 떠올리는 것이죠.

이를테면, 두 달을 연습해서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밴드부 합주가 막상 공연이 시작되니 긴장감에 박자를 실수했거나, 호의를 베풀었을 뿐인데 쓸데없는 의미를 부여해 혼자만의 짝사랑을 시작해 결국 망해버린 것들입니다.


별들을 지나칠 때마다 감탄 아닌 감탄으로 “윽! 하… 으악!” 하는 소리를 내뱉게 되는데요.저도 이게 감탄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이런 별들을 지나고 나면, 오렌지색 불빛이 눈 감은 제 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합니다.

눈을 뜨고 손을 위로 올려 흔들면, 그 자리에 잔상이 네다섯 개쯤 보이는데요. 아직 작은 별들이 제 곁에 남아 있나 봅니다. 별들도 결국 내가 만든 것이기에, 만약을 대비해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일 수도 있겠죠.무엇을 하며 살지, 돈은 벌고 싶은데 지금 하는 일로는 행복하게 벌 수 없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아마 20대 초반 사람들이 공통으로 겪는 만병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만병은 무스 부호로 치료하기엔 택도 없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말이죠.이렇게 시원찮게 우주 여행을 끝내고 나면 아침이 되어버리고, 저는 항상 되뇌입니다.

“오늘도 안전히 복귀했구만.” 하면서 말이죠.하지만 만병의 근원을 생각하려 할수록 깊이는 깊어지고, 이미 깊어진 것들은 복귀해도 흉으로 남아버려, 이젠 말기라고 판단될 때까지 잘 지켜보며 살아가보려 합니다.

20대의 무책임이라 할 수 있는 것들과, 변명이라 말하기 부끄러운 것들을 패기라는 말로 포장하며 말이죠.오늘도 복귀를 잘하셨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 남아 내일 오실 건지.

아무쪼록 안부를 묻고, 저는 여기서 떠납니다.

월, 화, 수, 목 연재
이전 21화썸머 타임머신 블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