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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또 하나의 이름

by 최은녕 라온나비

살아 있다는 또 하나의 이름

한 해가 또 지나가고
내 얼굴에
작은 길 하나가 새겨졌습니다

예전엔 다급하게만 흐르던 시간도
이제는 찻잔이 식듯
조용히 나를 돌아보게 합니다


몸은 천천히 무거워지고

기억은 가끔 엇갈리지만
대신,
사람의 마음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나이든다는 건,
세월에게 조금씩
내 자리를 내어주는 일


그러면서도
내 안의 '진짜 나'를
더 분명히 알아가는 일


누군가는
주름을 늙음이라 말하지만
나는 믿습니다


그 안에
내가 걸어온 시간들이
고요히, 아름답게
담겨 있다고.


이제야 비로소 알겠습니다
나이든다는 것,
그건 살아 있다는
또 하나의 이름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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