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직요괴 Dec 25. 2023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지

03.  자동차를 사는 일과 퇴사의 공통점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사직서 하나쯤은 품은 채로 회사를 다닐 것이다.(아닌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건 이상한 게 아니라 부러울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처럼 당차게 사직서를 내던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직장이라는 게 먹고사는 일과 너무 깊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쌓은 것도 잃을 것도 없던 저연차 땐 오히려 관두기 쉬웠다. 그러나 해마다 채워져 가는 경력, 점차 커지는 씀씀이, 다양한 고정 지출 등 현실적인 고려 사항들이 많아질수록 사직에 대한 심적, 물적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참 성실히(?) 퇴사해 온 나, 어쩜 대단한 사람일지도?


이번에는 그야말로 '뒤 없는' 퇴사였기에 그 부담이 더욱 컸다. 정석대로라면 1)쉬는 동안 쓸 목돈도 마련해둬야 하고, 2)사이드잡으로 부수입도 꾸준히 창출했어야 하고, 3)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을 만한 능력도 갖춰둬야 했다. 물론 난 그렇지 못했다.


※ 현재 상태(백수 절망 편)

1) 씀씀이를 폭삭 줄여서 아끼고 아낀다면 6개월 정도는 버틸 수 있으려나!
2) 돈 안 되는 일은 무진장했다.
3) 짬뽕된 경력을 정리하는 것조차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세 가지 대비책 중 어느 하나 해당하지 않는 내가 무슨 용기와 자신감으로 퇴사를 지를 수 있었을까. 결심을 내리기 전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의외로 간단했다.


먹고살기 위해 필요한 돈을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질문의 전제는 욕심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별 건 아니지만 직장인으로서 가질 수 있었던 모든 것(소속, 고정적 수입, 커리어, 퇴직금 등) 중 어느 하나라도 포기하지 못한다면 질문을 할 필요도 없다. 포기한다고 다 사라지는 것도 아닌 그저 일시정지의 상태일 뿐이다.


다만 일시정지 시점에서 먹고, 자고, 쉬는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을 영위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할 자신은 분명히 있어야 한다. 그게 얼마가 되었든 직장을 떠난 뒤에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면 퇴사 자체는 내게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노후까지는 걱정하지도 않았다. 왜냐면 다시 벌 거니까! 이 시간은 버리는 시간이 아닌 재도약을 위한 준비 과정일 뿐이니까. 일종의 투자인 셈이다.




마지막 출근일이 결정된 뒤에는 팀원들과 다른 팀의 동료들에게도 슬슬 소식을 알렸다. 다들 놀람 반 부러움 반으로 가장 먼저 이직 여부를 궁금해했고, 이직은 하지 않았다고 말하니 그럼 당분간 좀 쉴 계획인지를 재차 물었다. 이에 대한 내 대답은 이랬다.


"실은 쉴 생각도 딱히 없어요. 요가나 책 읽기, 글쓰기처럼 회사 다니면서 소홀했던 것들 좀 다시 열심히 해보고, 또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알바도 하면서 지내지 않을까 싶어요."


누군가는 이 생각을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천진난만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다가 마음처럼 계획처럼 안되면 어떻게 하려고? 지금이야 젊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조금만 더 나이 들면 후회할걸?


하지만 그런 고민은 사실 당사자인 내가 훨씬, 훠얼씬 많이 했다. 머릿속을 끊임없이 혼란케 하는 궁리 끝 도달한 결론은 '해보지 않고서는 결코 모르는 일'이라는 것. 결국엔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다.


요즘의 난 퇴사 전 동료들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요가와 책 읽기, 글쓰기를 열심히 하고 있고, 나가는 돈을 메우기 위해 일일 알바도 한다. 거기에 더해 앞으로의 먹고사는 일을 좀 더 수월하게 만들어 줄 다양한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회사 다닐 때보다 정말 더 바쁘다.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는 말, 어렸을 때부터 줄곧 믿어온 말 중 하나이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되는 것처럼 현재 우리가 보내는 지금 이 시간들이 모여 내일을 만들기 때문에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흔히들 자동차는 돈이 아닌 용기로 산다고 말한다. 내가 보기엔 퇴사도 마찬가지다. 돈, 물론 너무나 중요하지만 돈 있다고 다 퇴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퇴사의 본질은 바로 나 자신을 믿는 근거 있는 용기다.



※ 깨알 추가 Tip

그래도 예상치 못하게 큰돈 나갈 일이 생기면 심장이 아주 쿵 떨어진다. 보통 이런 갑작스러운 돈은 병원에서 나가기 때문에 평상시 보험을 잘 들어두는 것을 강력 추천드린다.

그리고 본인 외 가족(반려동물 포함)으로 인한 병원비를 대비하여 미리 적금을 준비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아참, 경조사 비용 정도는 사전에 대비해 두시길.


* 사진: UnsplashTowfiqu barbhuiya

이전 03화 직장인이 아니면 뭔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