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해도 괜찮아.

아름다운 실수|코리나 루켄

by 메이의정원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첫째는 그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종이를 구기거나 화를 내곤 했다. 다시 그리면 된다고 달래어도 쉽게 달래 지지 않았다. 6살때 문화센터 미술 시간에는 끝날 때가 한참이 지났는데 나오지 않은 적이 많았다. 다음 수업도 있는데 매번 왜 이리 늦나 싶어 선생님께 여쭤봤다. 선생님은 연우가 미술 시간에 바로 시작을 못한다고 하셨다. 수업 시간 절반은 멍 때리듯 시간을 보내고 나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니 항상 시간에 쫓기고 마무리를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첫째 아이 육아를 돌아보니 걸음도 16개월이 되어서야 걸었다. 16개월이 지나도 걷지 않으면 신경과를 가봐야 한다는 소아과 선생님의 말씀도 있었다. 그렇게 애를 태우다가 16개월 무렵 갑자기 아이가 걷기 시작했다. 11개월부터 걸었던 둘째는 날마다 이리저리 부딪히고 다치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16개월에 걸음을 시작했던 첫째는 한 번도 넘어진 적도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일어서더니 단 한 번에 걷기를 성공했다. 배변 훈련도 마찬가지였다. 둘째는 팬티에 오줌을 싸거나 변기를 찾는 동안 똥을 아무 데나 싸기도 했지만 첫째는 깔끔쟁이 마냥 32개월 무렵 대소변을 한 번에 완벽하게 가리고 실수를 한 적이 없었다.


오래전부터 아이가 감각에 예민하고 완벽주의 기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이는 사소한 것에도 날마다 짜증 내고 울거나 불편해하고 힘들어했다. 그 시절 아이에게 화난 감정을 다루는 그림책을 정말 많이 읽어주었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아름다운 실수'이 책은 그림을 그릴 때마다 마음에 안 든다고 화를 내며 찢고 구기고 던지던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흰 도화지에 떨어진 검은 물감.. 누구나 그림을 그리다 보면 경험했을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기 전부터 그림을 망쳤다고 생각하며 구겨버릴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 아이는 그림을 끝까지 완성하기로 한다. 한쪽 눈을 더 크게 그리고, 수정해서 다시 그리다 보니 다른 눈을 더 크게 그리는 실수를 한다. 팔꿈치도 너무 뾰족하고 목은 너무 길다. 그림을 그릴수록 실수투성이다. 실수를 가리기 위해 안경도 씌우고 레이스도 그리고 롤러스케이트도 신기고 아이는 생각을 하며 그림을 이어간다. 그런데 그림이 완성되어 갈수록 멋지다. 점점이 묻어있는 잉크 얼룩들도 멋진 나뭇잎으로 변신한다. 실수라고 생각했던 그림들이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멋진 나무로 변신한다. 실수라고 생각했던 그림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생각에 생각을 더해 완성하다 보니 멋진 그림이 되었다.

작가의 말처럼 실수는 시작이기도 하다.


이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하던 첫째는 어느 날 자신이 그린 그림을 가지고 왔다. 실수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그렸다고 했다. 예전과 많이 달라진 아이를 보며 엄마의 말이 아닌 그림책의 스토리가 지닌 힘을 느낄 수 있었다.


20대 시절 실패가 두려워 항상 안정적인 삶을 추구했던 적이 있었다. 학교도 더 높은 곳은 생각하지 않고 성적에 맞는 적당한 학교, 이력서 쓸 때도 만만해 보이는 곳 등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시절의 나는 정말 답답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다. 이 정도면 됐지 하는 마음으로 인생을 살았던 것 같다. 큰 실패도 없었고 큰 성공도 없는 그저 평범한 삶이었다. 지나 놓고 보니 평생 남는 학벌이고 이력인데 욕심내어 도전해볼 것을 하는 후회가 된다.

답답하다고 느꼈던 첫째의 행동과 그 동기는 변화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나를 닮았다.


이제는 나에게도 첫째에게도 말해줄 수 있다. 실수하고 실패할 수도 있어. 하지만 도전하고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어. 실수하면 다시 시작하면 돼. 실수를 고쳐가며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림은 완성이 돼. 그러니 실수하는 것,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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