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플까 봐|올리버 제퍼스
할아버지와 추억이 많았던 아이는 어느 날 할아버지의 빈 의자를 본다. 밤새 할아버지의 빈 의자 앞에서 할아버지를 기다렸지만 할아버지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슬픔을 표현할 길이 없었던 소녀는 마음을 유리병에 집어넣는다. 오랜 시간 소녀는 마음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할아버지와 추억이 담긴 숲과 바닷가를 지나칠 때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소녀가 오래전 할아버지와 연 날리기 하며 바닷물에 발을 담그던 바닷가에서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를 만난다. 여자는 어린아이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대답을 해줄 수 없다. 마음을 꺼내보고 싶다. 하지만 오랫동안 유리병에 갇힌 마음은 쉽게 꺼낼 수가 없다. 여자가 높은 곳에서 던진 유리병은 통통 튀어 어린아이가 놀고 있는 바닷가로 굴러간다.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는 병뚜껑을 열고 여자의 마음을 꺼낸다. 여자는 할아버지의 빈 의자로 돌아와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어른이 된 소녀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호기심 많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도록 두려움, 공포, 슬픔, 분노 이 모든 감정을 얼린 적이 있었다. 감정의 기능이 열등 기능인 나의 기질과 감정이라는 존재가 내가 하는 것들을 방해하는 귀찮은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허함만 찾아왔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관계에서 나를 꽁꽁 싸매며 방어하기 바빴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꽤나 피곤한 일이었다. 마음에 바운더리를 세우고 사람들과의 깊은 관계는 피했다. 내면은 공허함과 함께 외로움이 밀려들었다.
마음을 유리병 안에 가둔 여자처럼 내 마음도 꽁꽁 감추며 살았다.
여자가 호기심 많은 아이를 만나고 나서 마음을 다시 꺼내고 싶어 졌듯이 나의 아이들은 오랜 시간 감추어졌던 내 마음을 꺼낼 때가 되었다고 수시로 알려주었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유리병뚜껑을 열듯이 마음의 뚜껑을 여는 것은 쉬운 것 같아도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아이를 위해 읽어주었던 수많은 그림책과 아이를 잘 키워보고자 읽었던 수많은 육아 서적은 잠들어있던 나의 내면을 깨워주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관계에서 시작된 아픔들.. 나르시시스트 엄마.. 두려움과 어린 시절 결핍에서 비롯된 따뜻함을 더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에서 엄마의 존재를 끊어냈다. 가족 단톡방에서도 나왔다. 엄마에게 개인적인 연락이나 전화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리고 두 아이가 눈에 보인다.
내가 두 딸에게 큰 상처를 주어 먼 훗날 엄마의 존재를 지워버리지 않도록 상처 많은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날마다 나를 씻어간다.
어른이 된 내가 햇살이 따뜻한 초등학교 교실 앞 화단에서 어린 시절 나를 안아주었을 때.. 오랫동안 가두었던 나의 마음을 꺼내주었을 때.. 깊고 짙은 슬픔이 찾아왔다. 나에 대한 연민은 아니었다. 카타르시스.. 과거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다시 태어난 느낌이었다.